“일본 위스키가 부드러운 미소라면 한국은 강렬한 청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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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에 첫‘토종’싱글몰트 수출한 도정한 기원위스키 대표

“남양주에 증류소 지어 생산
일 시음회선‘훌륭하다’호평
현지의 K-컬처 열풍도 한몫
중국 등 신규시장 도전도 준비”

“일본 위스키가 부드러운 미소(일본식 된장)라면 한국 위스키는 묵직하고 강렬한 청국장입니다. 한국산 위스키 수입이 없다시피 했던 일본에서 한국 위스키의 위상을 드높이고 싶습니다.”

한국 최초 싱글몰트 위스키 ‘기원’을 통해 세계 5대 위스키 강국 일본 수출의 물꼬를 튼 도정한(51·사진) 기원 위스키(옛 쓰리소사이어티스) 증류소 대표는 14일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에서 위스키 증류소를 준비하고 원액을 숙성하면서 보냈던 시간이 조금씩 보상을 받는다고 생각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와 일본 경제신문 니혼게이자이 등에 따르면 지난해 1∼10월 기준 일본의 한국 위스키 수입액은 370만 엔(약 3460만 원), 수입량은 491ℓ를 기록했다. 아직 규모는 미미한 수준이지만 2022년까지만 해도 수출 실적이 거의 전무 했다는 점에서 일본에서도 현지 매체를 중심으로 기원의 등장에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현재 일본에 수출 중인 한국 위스키 생산 업체는 기원 위스키가 유일하다. 일본 내 한국 문화 열풍에 힘입어 영향력이 큰 현지 대형 식품사 이토추와 협업을 추진한 것이 물꼬를 튼 비결로 꼽힌다. 도 대표는 “일본 위스키 애호가와 업계 관계자들이 직접 한국 증류소를 방문하는 등 꾸준히 교류를 이어오고 있다”며 “중국 등 더 큰 신규 시장 수출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도 대표는 2020년 경기 남양주시 백봉산 중턱에 한국 최초 크래프트 싱글몰트 증류소를 연 이후 국산 위스키 시장을 개척하는 외길을 걷고 있다. 전국을 돌아다니며 증류소 입지를 고민했던 그는 결국 다른 지역에 비해 여름엔 더 덥고, 겨울은 더 추운 남양주를 최종 선택했다. 여름 날씨가 서늘한 스코틀랜드에서 10년 숙성시킨 효과를 여름과 겨울 기온 차가 큰 한국에서는 4년이면 볼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럼에도 그간 한국산 싱글몰트 위스키는 대중에게 생소했다. 숙성에 오랜 시간과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데다, 수입에 의존하는 맥아·오크 통·숙성창고 등을 마련하는 비용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도 대표는 한국산 위스키를 선보이겠다는 집념을 보이며 2023년 초 3년 숙성을 거친 10만 원대 싱글몰트 위스키 ‘배치’를 출시하는 등 꾸준히 신제품을 내놨다. 이들 제품은 모든 생산 과정이 한국의 사계절 속에서 이뤄졌다는 점이 애주가들을 사로잡으며 품귀 현상을 빚었다.

최준영 기자 cjy324@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