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진 헌신·지속적 투자… 혈액암 치료 ‘독보적 역량’ [바이털 닥터]

■ 바이털 닥터 - 서울성모병원 ‘혈액병원’

국내 조혈모세포 이식 ‘20%’

2022년 기준 국내 신규 진단 암환자 28만2047명 중 혈액암(백혈병·림프종·다발성골수종) 환자는 8%(2만2710명)다. 혈액암은 치료할수록 병원은 수익을 얻기 힘든 질환이다. 수술 후 외래 진료 위주인 고형암과 달리 혈액암은 입원 기간이 길고 주로 이식치료가 이뤄지기 때문이다. 환자수는 적은 반면 종양학적으로는 복잡해 병원으로선 투자 대비 실익이 적은 분야다. 이준영 서울성모병원 홍보팀장은 “20년 전만 해도 혈액암은 수익이 안 나는 질환이었지만, 우리 기관은 천주교의 사명이 있어 투자를 멈추지 않았다”며 “여명기에 투자를 많이 하다 보니 독보적인 치료 역량을 갖출 수 있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국내 최대 규모인 혈액병원은 국내 조혈모세포 이식의 20%가량을 이행하고 있다. 이곳은 국내 최초로 동종조혈모세포이식(1983년), 자가조혈모세포이식(1985년) 등을 성공한 바 있다. 이는 조혈모세포 이식 치료가 열악했던 1980년대 의료진의 헌신이 일군 성과다. 당시 김춘추 서울성모병원 교수는 연구비가 없어 전세 보증금을 뺀 돈으로 동물실험을 하면서 골수이식 실험에 성공했다. 이를 발판 삼아 이 병원은 지난 2021년 단일의료기관으로는 세계 최초로 조혈모세포이식 9000례를 돌파했다.

혈액병동은 본관 20층에 있다. 2009년 개원 당시 항암제, 방사선요법 때문에 상대적으로 면역력이 낮은 혈액암환자 특성을 감안해 통행량이 적은 최고층을 배정해야 한다는 내부적 합의가 있었기 때문이다. 소아혈액종양 환아들이 오랜 치료기간 지치기 쉬운 만큼 병원 내 가장 전망이 좋은 곳에서 치료를 받게 해 심리적인 안정에 도움을 주자는 공감대도 있었다. 이식대상자가 입원하는 무균폐쇄병동은 반도체 클린룸 수준의 헤파필터가 설치돼 있다.

권도경 기자 kw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