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추억이 되리’ 전사한 북한군 품에 가족사진…“사상으로 무찌르자” 전투 교훈 문서도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전사한 북한군이 소지하고 있던 사진과 신분증. NK인사이더 제공

우크라군, 전사한 장교에서 전투 교훈 담은 문서·가족사진 입수
"사상으로 최신 무기 갖춘 적군 무찌를 수 있다"
"소규모 이동 강조해도 실행 못해 많은 희생 발생"
"부상자 후송 담당 러군 10시간 넘어 도착해 사망"
"소부대라도 지휘관과 따로 움직이지 말라" 탈영 경계


국제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재단’이 우크라이나 전선에서 사망한 북한군 소지품에서 발견된 내부 문서를 공개했다. 파병 전 가족과 함께 찍은 것으로 보이는 사진과 함께 있던 이 문서에는 ‘작전 수행을 위한 희생 정신’이 수차례 강조됐다.

15일 휴먼라이츠재단의 북한 전문 매체 ‘NK인사이더’는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에서 전투 중 사망한 북한군 장교의 시신에서 발견된 사진과 군 내부 문서를 공개했다. 이성민 휴먼라이츠재단 한국 담당 국장은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우크라이나 특수군의 번역 작업을 도왔고, 이를 계기로 해당 문서를 입수했다"고 밝혔다.

사망한 북한군 장교의 신분증에는 ‘사루글라르 비체울 마아데로글루(Saruglar Bicheool Maaderoglu)’라는 무작위로 지정된 이름이 기재됐다. 기존 러시아가 북한군에게 발급한 신분증과 달리 한국어 서명이 없었다. 북한군 병사의 개인 물품에는 두 장의 가족 사진이 발견됐다. 사진에는 "아름다운 추억이 되리! 2024.8.15″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이 군인이 파병되기 전 가족들과 함께 찍은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군의 내부 상황을 엿볼 수 있는 군 내부 문서도 공개됐다. ‘94여단의 전투 경험과 교훈’이라는 제목으로, 쿠르스크 지역에서 러시아군 지휘 하에 활동하는 북한 특수부대의 기록으로 추정된다.

문서는 "모든 전선 군인들이 강력한 이념, 신념, 높은 전투 사기로 준비된다면 현대 무기를 갖춘 적조차도 정치적, 이념적 우월성과 전술적 이점을 통해 물리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이틀간의 작전 동안 전투원들은 적의 포격과 벌떼처럼 공격하는 자살 드론에 직면했지만, 높은 수준의 정신력과 전투 정신을 유지했고, 우리의 목숨을 희생하여 존경하는 최고 사령관의 전투 명령을 실행하기로 결심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94여단의 전투 경험과 교훈’ 문서. NK인사이더 제공

특히 이 문서는 드론 공격과 포병 사격으로 인한 전투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한 구체적인 전술도 기재되어 있다. 2~3명으로 구성된 소규모 부대 운영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실시간 정찰과 드론 공격이 수행되는 현대전에서 전투팀을 소규모 부대로 분산하지 못하면 상당한 사상자가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작전 중 러시아군과의 협조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사망자가 발생했다는 내용도 있었다. 문서에는 "러시아 측이 후송 조직을 맡았지만, 후송 차량이 도착하는 데 10시간 이상 걸렸습니다. 부상자들을 제때 대피시키지 못해 대피 과정에서 사망자가 발생했다"고 적혔다.

또 다른 문서인 ‘러시아 공수부대 본부 사령관과의 영상 회의’ 기록에는 우크라이나군의 전투 전술 진화와 최신 무기 체계에 대한 분석이 담겼다. 문서는 "적은 NATO가 제공하는 정밀 유도 미사일과 다양한 항공기 시스템과 같은 첨단 장비를 사용하고 있다"며 "게다가 그들은 전술적 화력을 사용하여 전선에서 최대 90~110km 떨어진 후방 지역을 공격하여 우리 군대에 손실을 입혔다"고 기록했다.

또 문서 말미에는 북한군의 전투 수행 방법에 대한 전술 지침을 제공하고 있는데, 북한군은 중대별로 최소 하나의 무인항공기 팀을 구성하고 24시간 감시 체계를 운영하도록 지시받았다. 또 "정찰 없이는 어떠한 전투 행동도 진행돼서는 안 된다"며 "전자전을 위해 휴대용 재머(무선 방해 장치)를 사용해야 하며 드론 방지 탄약을 장착해야 한다"는 구체적인 지침도 포함됐다.

이 밖에도 △일별 임무 수행 순서, 임무 수행 절차 등을 적은 문서도 발견됐다. 한 문서에는 전투 중 부상자는 자체적으로 처리하며, 가능한 한 방조하지 않고 은폐시키라는 지침도 포함됐다.

박세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