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어른들의 축’… 외교·무역·경제 어디로 튈지 몰라[다시 ‘트럼프 시대’]

■ 다시 ‘트럼프 시대’

핵심 직책 91명 모두 親트럼프
국방장관에 ‘폭스뉴스’ 헤그세스
상무부 수장도 공직 경험 없어

미국 공화당에 이어 도널드 트럼프 2기 내각도 충성파로 채워지면서 백악관과 행정부에서도 연륜과 경험을 바탕으로 균형추 역할을 할 ‘어른들의 축’이 사라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에 따라 트럼프 2기에서는 1기보다 즉흥적이고 예측불허한 정책이 속출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지난 9일 현재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지명한 백악관과 내각, 주요 연방 기관 등의 핵심 직책 후보자는 총 91명으로, 이들은 모두 충성파로 분류된다. 이는 미국 우선주의를 위해서는 기존 국정 방향과 외교 관례도 무시하겠다는 트럼프 당선인을 견제할 인사가 한 명도 없다는 얘기다. 미국 언론들은 트럼프 당선인이 집권 1기 때 어른들의 축의 반대와 저항으로 자신의 국정 운영 구상을 제대로 추진하지 못했다며 의도적으로 어른들의 축을 인사에서 배제했다고 전했다. 그 결과 미국의 대외 정책을 다룰 부처 수장에는 연륜과 경험보다 미국 우선주의에 충실한 인사들로 채워졌다. 외교·안보 분야에서는 주 방위군 대령 출신인 마이크 왈츠와 예비군 육군 소령 출신이자 폭스뉴스를 진행했던 피트 헤그세스가 각각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국방장관으로 지명됐다. 무역·통상 분야에서도 공직 경험이 없는 투자은행 캔터 피츠제럴드 CEO인 하워드 러트닉과 트럼프 1기에서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를 지낸 로버트 라이트하이저의 비서실장 출신인 제이미슨 그리어가 각각 상무부와 USTR 수장으로 내정됐다.

트럼프 집권 1기 때는 해병대 4성 장군 출신의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육군 3성 장군을 지낸 허버트 맥매스터 국가안보보좌관처럼 풍부한 경험과 시야를 가진 장성급 인사들이 포진됐다. 이들은 이른바 ‘어른들의 축’이라 불리며 주한 미군 철수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스몰딜 같은 트럼프 당선인의 충동적 발상에 “두 번째 임기로 미루자”며 말리고 억제하는 역할을 했다. 존 켈리 전 백악관 비서실장과 렉스 틸러슨 전 국무장관도 트럼프 1기 시절 트럼프 당선인의 과격한 정책을 막는 역할을 해왔다. 켈리 전 비서실장은 트럼프 당선인이 집권 1기 초기 주한미군 철수를 검토했고, 북한에 대한 핵 공격을 언급했으며, 한때 한반도 거주 미국인 전체 철수를 지시한 적도 있다고 증언한 바 있다. 스티브 블라덱 조지타운대 법학센터 교수는 WP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가 첫날부터 하고 싶다고 말하는 것들 중 전부는 아니지만 많은 것들이 불법적이거나 비현실적일 것”이라면서도 “그는 실제로 자신의 방향으로 밀어붙이는 데 성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혜진 기자 best@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