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구[한성우 교수의 맛의 말, 말의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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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외모로 치면 몇 손가락 안에 반드시 들어야 할 영화배우 하나가 크고 작은 파문을 일으켰다. 결혼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그리고 앞으로도 할 생각이 없는 사람 사이에서 아기가 태어났다. 친자임을 인정하고 아이를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하겠다고 했지만 이를 둘러싸고 다양한 말이 나온다. ‘정상 가정’에 대한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비난하는 이들부터 변화한 시대적 상황을 감안해 ‘쿨하게’ 인정하자는 이들까지 다양한 의견을 내놓고 있다.

아버지와 어머니의 현재, 그리고 아이의 미래까지 생각한다면 남들이 왈가왈부할 일은 아니다. 이를 둘러싼 다양한 견해도 다 나름의 이유가 있을 터이니 인정할 필요가 있다. 그래도 이에 즈음해 ‘식구(食口)’란 말의 의미를 되짚어볼 필요는 있어 보인다. 사전에서는 ‘한집에서 함께 살면서 끼니를 같이 하는 사람’으로 풀이하고 있는데 이 풀이에 바탕을 두고 이 사안을 보면 더 많은 생각을 해보게 된다.

식구는 ‘가족’의 다른 말이기도 한데 가족은 ‘부부를 중심으로 한집안을 이루는 사람들’로 정의된다. 남녀가 결혼해 가정을 이루고 그 사이에서 자녀가 태어나면 비로소 가족이 구성된다고 흔히 생각한다. 이런 가족끼리 같은 밥상에 둘러앉아 밥을 먹는 것이 곧 식구이다. 따라서 이런 단어들의 전통적인 뜻풀이에 기대게 되면 이들은 식구가 될 수 없다.

일반, 보편, 상식 등의 개념은 그러한 사례가 많기 때문에 형성된다. 흔히 있는 일이니 옳다고 생각하기 쉽고, 이것에서 벗어나면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그것이 옳다고 여기거나 바람직하다고 여길 수는 있으나 반드시 그래야 하는 당위로 몰고 가기 어려운 면이 있다. 가정을 꾸리고 식구가 되어 같은 밥상을 마주하면 좋겠지만 그럴 수 없는 상황도 있다. 날이 갈수록 그러한 상황이 많아지니 식구의 개념을 다시 정의해야 할지도 모른다.

인하대 한국어문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