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시대, 韓 전략적 가치 더 커진다[포럼]

주재우 경희대 교수·국제정치학

오는 20일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취임식을 앞두고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과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 후보의 상원 청문회가 지난 15일 열렸다. 이들은 외교·국방 위원회에서 자신들의 세계관과 안보관은 물론 차기 행정부의 정책과 전략의 방향성을 보여줬다. 이들의 발언에서 동맹 정책부터 자유 국제질서의 수호 전략 구상을 읽을 수 있다. 또한, 상원 의원들이 한미동맹의 가치를 높게 평가한 점도 주목할 만하다.

이들이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은 공통된 대외관에 기인한다. 제2차 대전 종결 80년을 맞으면서 자유 국제질서가 ‘침략군의 축’(Axis of Aggressors)으로부터 심각한 위협을 받는 현실 인식을 공유한다. 트럼프 차기 행정부의 동맹과 연대 강화 추진은 한미동맹 증강에 분수령이 될 것이다.

트럼프 차기 행정부의 대외정책은 연속성을 가질 것이다. 자유 국제질서 수호를 위한 인도·태평양 전략에 기반한 소다자주의 공조 체계에 의존할 것이 명확해졌다. 모두 중국, 러시아, 북한, 이란 등 ‘침략군의 축’을 견제하기 위한 동맹과의 연대를 관건으로 보기 때문이다. 이를 위한 동맹의 ‘역할 분담’(burden-sharing) 확대 주문도 자명해 보인다. 중국에 대한 강한 경계심 때문에 우리의 지정학적 전략 가치와 한미동맹의 중요성이 부각되는 것이다. 우리의 주권과 안보 이익을 위해서라도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자세로 임해야 한다.

첫째, 중국의 우리 영토 주권에 대한 끊임없는 도발이다. 지난 9일 중국이 우리와의 잠정조치수역에 대규모 구조물을 설치한 사실이 알려졌다. 지난해 4∼5월에는 구조물 2개가 수역 인근에서 발견됐지만, 이번 것은 수역 내에 설치돼 엄연히 양국 간 어업협정 위반이다. 중국이 서해 중간선에 군함을 거의 매일 파견하고, 잠수정과 항공모함을 대한민국 관할 해역에 항행시키는 것은 본격적으로 우리의 영해를 ‘내해화’하려는 처사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둘째, 우리 내정에 대한 간섭 시도다. 국내 정치가 혼란한 틈을 탄 중국의 영향력 공작 정황이 드러났다. 탄핵 찬성 집회에 중국인으로 의심되는 이들의 활동이 알려진 것이다. 주한중국대사관이 지난 4일 중국인들에게 한국 내에서의 정치활동 ‘자제’를 촉구한 것도 이런 ‘사실’을 알고 있다는 방증이다.

셋째, 경제안보의 이유다. 미국은 코로나 사태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을 겪으면서 제조업 부족과 원료·재료에 대한 높은 해외 의존도를 실감하는 중이다. 군수물자를 자체적으로 수급하지 못하는 ‘민주주의 병기창’(the artillery of democracy)의 내부적 취약성이 고스란히 드러났기 때문이다. ‘리쇼어링’ 정책 추진의 근원이다. 그때까지 동맹에 의존할 수밖에 없고, 우리에게 화약·탄약 제공부터 미 군함의 유지·보수 협력을 주문하는 이유다.

우리 생활 공간의 안전보장 없이 발전과 번영의 기회를 기대할 수 없다. 우리는 그간 중국의 우리 영토주권에 대한 위협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이제는 그 견제를 위해서라도 한미동맹의 강화가 필수다. 그래야만 우리가 미·중 경쟁의 틈바구니에서 생존할 수 있는 균형 잡힌 외교 가공의 기회도 생긴다. 광복 80주년을 맞아 ‘나라 잃은 서러움’의 의미를 다시 한 번 되새길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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