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낙관론과 정치권 착각[뉴스와 시각]

임대환 경제부 부장

헌정 사상 최초로 현직 대통령이 체포되는 미증유(未曾有)의 사태를 겪는 와중에도 한국 경제는 굳건하다는 ‘경제 낙관론’이 오히려 정치권의 오판(誤判)을 불러올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와 눈길을 끌고 있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빅터 차 한국 석좌 등은 지난 15일(현지시간) CSIS 산하 북한 전문 사이트에 기재한 글에서 한국 경제에 대한 낙관적인 전망이 오히려 정치권의 혼란을 장기화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한국 정부는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과 2016년 박근혜 대통령 탄핵 당시 경제 관련 성과를 제시하며, 현 거버넌스 위기에서 한국 경제가 회복력을 유지할 수 있다고 자신감을 표하고 있다”며 “이런 평가는 투자자들에게 신뢰를 주기 위한 것이지만, 오히려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경제에 대한 잘못된 신뢰를 투영하면 정치인들에게 자기중심적 내부 투쟁에서 벗어나 효과적 거버넌스로 돌아가는 가장 빠르고 효과적인 길을 찾도록 하는 압박이 사라진다”고 그 이유를 제시했다. 해외투자자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경제 관료들이 한국 경제의 ‘튼튼함’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 오히려 정치인들이 ‘안심하고’ 권력투쟁을 해도 된다는 착각을 불러올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노무현·박근혜 대통령 탄핵 당시에는 중국의 경제 성장과 반도체 수출 호황 덕분에 한국 경제가 탄핵의 위기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지만, 이번 윤석열 대통령 탄핵 사태에서의 경제 상황은 한국 경제에 매우 불리하게 조성돼 있다고 분석했다.

색다른 시각이다. 그동안 우리는 경제 관료들이 해외 인사들을 만나 한국 경제가 굳건하다는 점을 강조할 때마다 안심해 왔다. 그러나 사실 속내를 보면 한국 경제는 절벽 앞에 서 있는 위태로운 상황이다. 국가 경제의 대내외 평가 정도를 보여주는 환율은 올해 들어 급등해 1450원을 넘어 1500원 선을 위협하고 있다.

더 암담한 것은 정치권의 한심한 모습이다. 여야는 탄핵 정쟁에 휩싸여 민생·경제법안은 나 몰라라 하고 있다. 얼마 전 여야는 의원 발의 세법 개정안은 조속히 처리하기로 합의했지만, 더불어민주당이 비상계엄·탄핵 사태에 집중한다는 이유로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 계류 중인 반도체특별법과 국가 기간전력망 확충 특별법,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특별법 등의 법안들도 먼지를 뒤집어쓴 채 국회에 처박혀 있다.

지금, 한국 경제는 결코 안심할 상황이 아니다. 국가 혼란이 장기화할 경우 한국 경제는 빠져나올 수 없는 수렁으로 떨어질지 모른다. 유럽과 중동의 전쟁과 중국의 경제 성장, 미국의 관세 문제와 반도체 수출 통제 등 CSIS 전문가들이 한국 경제 장애물로 꼽은 문제들은 ‘똘똘 뭉친 힘’으로도 이겨내기 어려운 과제다. 조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비록 앙숙 관계이기는 하지만, 대중 무역분쟁과 같이 국익이 걸린 문제에 대해 정책을 계승해 나가는 모습에서 미국이 왜 강대국인지를 알 수 있다. 국가 위기 상황에서 우리나라 여야 정치인들이 언제 한 번이라도 똘똘 뭉쳤던 적이 있기는 했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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