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 권력’ 된 정치 유튜버

독립투사 된 양 ‘영웅 심리’ 가득… 자극적 선전으로 군중 세뇌 시켜

‘수면자 효과’에 빠진 시위대
“드러눕자” 지시에 일사불란

유튜버“변호 지원” 계좌열자
“애국청년 돕겠다” 입금 인증

“내가 ○○○(정치 유튜버 이름)이다!”

19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는 이날 새벽 ‘서울서부지법 난동 사태’를 일으킨 ‘애국 청년’을 석방하라며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 70여 명이 목소리를 높였다. 집회를 주최하고 이끌고 있는 인물은 50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50대 우파 성향 정치 유튜버였다. 이 채널 관계자인 사회자가 “경찰청 앞에 드러눕자!”라고 외치자 수십여 명은 이에 호응해 그대로 드러누웠다. 사회자가 “다시 일어나”라고 외치자 다시 일어서는 등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집회 참여자들은 “우리가○○○(유튜버 이름)이다” “우리가 폭도들이다!”를 반복해 외쳤다.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정치 유튜버들의 영향력이 극대화되면서 이들이 ‘광장 정치’를 주도하고 있는 모양새다. 특히 윤 대통령 지지자들은 자신들이 즐겨보는 정치 유튜버들 아래로 결집하고 있다. 서부지법 난동 사태 발생 배경에도 극우 유튜버의 선전·선동이 지목되고 있다. 당시 일부 유튜버는 윤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한 서부지법으로 결집할 것을 촉구했다. 일부는 법원 내부에 진입해 난동자들이 판사 사무실 등을 파손하는 영상을 그대로 생중계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유튜버들의 ‘영웅 심리’와 군중의 ‘수면자 효과’가 결합한 최악의 폭력 사태라고 분석했다. 수면자 효과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뉴스의 출처 및 객관적 근거는 사라지고, ‘카더라’ 형태의 이야기만 남으면서 종국엔 이를 믿게 되는 현상이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비상계엄 사태 이후 유튜버들의 부정선거 주장에 다수의 시민이 반복적으로 노출되면서 이를 비판 없이 믿게 돼버린 상황”이라며 “유튜버를 따르는 군중들의 피해의식이 법원, 경찰 등 제도권을 부정하면서 결국 폭력 사태로까지 번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 교수는 또 “자극적인 정보를 파급함으로써 얻는 경제적 이익도 주요한 동기지만 자신의 행동으로 역사를 바꿨다는 효용감과 영웅 심리도 유튜버들의 큰 원동력”이라고 말했다. 최항섭 국민대 사회학과 교수도 “유튜버들의 자극적인 문구와 선전에 군중이 세뇌되고 있다”며 “어떤 것이 신뢰할 만한 뉴스인지 시민들을 교육할 수 있는 제도와 시스템이 조속히 마련되지 않으면 한국 사회의 분열과 양극화는 더욱 심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온라인에서는 서부지법 난동 사태 당시 체포된 이들을 ‘애국 청년’이라 부르며 이들을 ‘구출’하려는 구명 운동도 벌어지고 있다. 약 7000명이 가입한 네이버의 ‘라이트테라스’ 카페 운영자는 전날 “서부지법에서 체포된 분들에게 변호사 지원 등 도움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유튜버들도 변호사 선임 후원 계좌를 열거나 무료 변호를 맡을 이들을 체포자들에게 연계하고 있다. 구독자 9만 명을 보유한 ‘진격의 변호사’ 유튜버는 “자유 우파 청년 구출을 위해 서울 일선 경찰서에 변호사가 배정됐고 현재 이들을 돕고 있다”고 밝혔다. 100만 원을 보냈다고 밝힌 한 후원자는 “애국 청년들을 돕기 위해 작지만 변호 비용을 후원했다”며 입금자명으로 ‘애국청년 화이팅’으로 설정한 인증샷을 게시하기도 했다.

노지운·조언·김린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