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법안 외면… 은행 기강만 잡는 이재명의 ‘금리 포퓰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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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6대은행장과 간담회

야당 대표의 이례적인 소집
가산금리 체계 손질 압박에
시장 왜곡 가능성 우려 커져
은행 ‘상생금융’ 부담 호소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일 오후 6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IBK기업은행) 은행장들을 불러 가산금리 인하 등을 주문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현직 대통령도 시중은행장들을 이렇게 한 자리에 불러 모은 적이 거의 없어 야당 대표가 은행장들을 소집한 것이 과연 적절한 처사인지 금융계가 술렁이고 있다. 정치권의 압박으로 자칫 시장금리가 왜곡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대통령 탄핵 소추 및 구속 등으로 사실상 정국을 주도하고 있는 야당이 국회의 민생 법안들은 ‘나 몰라라’ 하면서 대중 인기영합적인 행사에만 신경을 쓰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이 대표는 이날 오후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상생금융 확대를 위한 더불어민주당 정무위 은행권 현장간담회’를 가진다. 현장 간담회에는 이환주 KB국민은행장, 정상혁 신한은행장, 이호성 하나은행장, 정진완 우리은행장, 강태영 NH농협은행장, 김성태 IBK기업은행장 등 은행장들과 조용병 은행연합회장이 배석한다.

이 자리에서 이 대표와 야당 의원들은 조 회장으로부터 은행권의 소상공인 금융지원 방안에 대해 기조발제를 들은 뒤 은행권의 상생 금융 확대 방안과 가산금리 산정 체계 개편, 사적 채무조정 활성화 방안, 수출입 중소기업 유동성 지원 확대 방안 등을 논의할 계획이다.

은행권은 특히 가산금리 산정 체계가 주요 의제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은행권에선 정치권의 가산금리 인하 압박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은행 이자 장사로 인한 비판 여론이 크고, 금융감독원도 최근 가산금리 추이를 면밀히 점검하라는 지시를 했기 때문이다. 이에 최근 은행권은 새해 들어 이미 가산금리를 낮추고 있는 분위기인데, 1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기준금리 동결에도 불구하고 가산금리 조정 움직임이 빨라질 수 있다.

이를 두고 금융권에서는 야당 대표까지 나서 무리한 상생 금융 확대를 요구할 경우 자칫 시장금리가 왜곡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렇지 않아도 지난해 관치금융의 부작용으로 대출금리가 낮아지고 가계 빚이 급증하는 대혼란을 겪은 판에, 정치권이 다시 은행 금리에 개입하면 가계 빚 폭증 사태가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은행장 소집을 과연 야당 대표가 하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한 논란도 일고 있다. 과거 문재인 전 대통령의 경우 5대 금융지주 회장과 국책은행장과 간담회를 한 적이 있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경우 당선인 시절에 은행장들을 만나 금융권 애로사항 등을 논의한 적이 있으나 야당 대표가 은행장들을 소집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는 게 금융권의 시각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티몬·위메프 사태 당시 벌어졌던 미정산 피해를 막기 위한 전자금융거래법과 같은 민생 금융법안은 국회에서 잠자고 있는데, 여론에 민감한 행사를 야당 대표가 주최하고 나서는 게 정치적 목적이 있는 것으로 비칠 수밖에 없지 않겠냐”라고 반문했다.

박정경 기자 verit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