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미 물씬나는 SF…‘신체복제’는 가까운 미래에 겪을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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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키 17’로 돌아온 봉준호
‘기생충’이후 6년만의 신작

“인간 냄새 물씬 나는 새로운 느낌의 과학소설(SF) 영화.”

영화 ‘미키 17’을 들고 돌아온 봉준호(사진 오른쪽) 감독은 20일 서울 용산구 CGV아이파크몰점에서 열린 언론간담회에서 신작을 이와 같이 소개했다. 봉 감독은 “영화 중 ‘미키 17’이라는 주인공은 굉장히 불쌍한 청년”이라며 “그 직업 자체가 죽는 것이고, 반복적으로 죽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봉 감독의 신작은 영화 ‘기생충’ 이후 6년 만이다. 봉 감독은 “근미래에 우리에게 닥칠 수 있는 일을 다뤘다”며 “이 영화 속에 보이는 일들이 SF로 보일지 몰라도, 이 자리에 있는 여러분은 겪게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끌어올렸다.

봉 감독은 소설가 에드워드 애슈턴의 ‘미키 7’에서 이번 작품을 구상했다. 백신 접종·방사능 피폭 등 실험에서 ‘익스펜더블’(소모용 인간)은 죽는데, 사실 죽지 않는다. 사망 즉시 ‘바이오 프린팅’으로 신체를 복제 생성하고, 새 신체에다 기존의 기억을 덧입힌다. 영화 제목 ‘미키 17’은 16번 죽음을 경험한 17번째 미키라는 뜻이다. 봉 감독은 원작보다 10차례 더 많은 죽음을 경험한 인물로 각색했다. 그는 “7번은 충분하지 않더라. 더 일상적인, 더 다양한 죽음으로 노동자 느낌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했다. 영화는 죽음, 나 자신의 개념과 그 경계에 대한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봉 감독은 “인간이 출력된다는 것 자체가 비인간적”이라며 “계급의 문제도 자연스럽게 스며들 수 있다”고 했다.

‘미키 17’을 연기한 배우 로버트 패틴슨(왼쪽)은 이 작품을 계기로 이날 처음 한국을 찾았다. 그는 “작품의 대본을 굉장히 재밌게 읽을 수 있었다”며 “미키라는 인물은 자기 자신에 대한 연민도 없는, 우리가 매일 만나는 인물”이라고 했다. 봉 감독에 대해서 그는 “영화 ‘스타워즈’를 찍을 법한 현장에서, 거대한 스케일의 영화를 찍으면서도 유머를 잃지 않는다”며 “그래서 이런 SF 영화는 흔치 않다”고 했다. ‘미키 17’은 오는 2월 28일 세계 최초로 한국에서 개봉한다.

서종민 기자 rashom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