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마음의 병’까지 진단… 3조 들던 신약개발비는 6000억원으로 [안전한 食·醫·藥, 국민건강 일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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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전한 食·醫·藥, 국민건강 일군다

AI 알고리즘·빅데이터 학습해
신약 후보물질 도출 과정 단축
기존 30개월서 46일로 짧아져

식약처, AI에 식품 위해요소 반영
통관심사 때 고위험대상 추려내
우울증진단 SW 의료기기도 허가

최근 인공지능(AI) 기술이 전체 업종에서 부각되는 가운데 식의약 분야에서도 빠르게 적용되고 있다. 세계 각국은 AI 기술을 식의약 분야에 접목해 경쟁력을 키우려는 목적과 함께 규제 내에서 관리해야 하는 숙제를 갖고 있다. 식의약 분야는 국민 건강·생명과 직결되면서 어느 분야보다 보수적인 접근을 요할 것으로 보이지만, 어느 분야보다 국가 간 경쟁이 치열해 정확성과 속도 모두 필요한 분야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주요 국가들이 규제 완화에 속도를 내고 있고, AI 발전 속도가 예상보다 빠르면서 규제 당국도 이에 대응하는 모습이다.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우울증 확률 표시 소프트웨어 의료기기를 20일 허가했는데, 우울증을 가려내는 소프트웨어로는 국내 최초였다. AI가 ‘인간 마음의 병’인 우울증까지 판단하는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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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업체 중심 AI 도입 가속화…시간·비용 급격히 줄여 = 식의약 분야에서 AI 활용 범위는 무궁무진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제약 기업들은 AI를 활용해 시간과 비용을 대폭 줄이면서 이를 활용한 신약 개발에 나서고 있다. 인간이 하던 업무 상당수를 대체하는 것은 물론 정확도를 높이면서 속도 또한 비약적으로 빠르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신약개발에 AI를 활용할 경우 개발 비용이 기존 2조∼3조 원에서 약 6000억 원까지 감소한다.

AI는 신약개발 전 과정에 활용이 가능한데, 정교한 알고리즘과 대규모 데이터를 통해 개발 과정을 모니터링하고 대안을 제시할 수 있다. AI의 패턴 매칭 기술을 통해 신약 후보물질의 화학 구조와 타깃 간 연관성을 식별하는 역할도 가능하다. 이런 기술은 코로나19 유행 당시 백신 개발에 활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이 공개한 ‘인공지능을 활용한 신약재창출 연구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홍콩 AI 기반 신약 개발사 인실리코메디슨은 AI를 활용해 후보물질 도출 과정을 기존 30개월에서 46일로 단축했다. 신약 개발 경쟁은 비용과 함께 개발 속도가 성패를 좌우하는데, 기업의 성패도 AI가 좌우할 수 있을 정도다.

기업들이 제품 개발에 AI를 활용한다면 정부 당국은 안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식약처는 AI 활용 목적과 관련 △국민 식의약 위험요소의 선제적인 발굴을 통한 사전적 안전관리 △효율적인 업무 수행으로 행정·관리의 역량을 강화 △국민과의 상시적 소통·상담으로 전문정보 제공의 공공서비스 품질 향상을 강조했다. AI를 통해 보다 빠르게 위험성 관리와 업무 행정에 효율성을 강화하고 국민 소통에 활용하겠다는 의미다.

◇정부는 ‘위험 대응’ 차원 AI 접근 = 식의약 분야에서 AI 활용은 기업과 정부의 입장이 다르다. 기업은 치열한 경쟁에 대응하기 위해 빠르게 AI를 통한 제품 개발에 몰두하고 있으며, 정부는 AI를 활용해 ‘위험 요인’을 찾아 대응하는 방식이다. 정부 내에서는 AI가 인간이 할 수 없는 ‘24시간 대응’도 가능해 향후 활용 영역이 크게 늘 것으로 보고 있다. 식약처는 지난해 AI 예측을 통해 부적합 가능성이 높은 수입식품을 통관 전 무작위검사 대상으로 선정하거나 마약류 안전관리 강화를 위해 유통·처방 등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의료용 마약류에 대한 오남용 및 불법사용·유통을 AI로 예측하는 등 업무에 집중했다.

식약처는 2021년부터 ‘수입식품 안전 위해도 예측모형 연구’(R&D 사업)를 실시했는데, 2023년 가공식품·건강기능식품 등 7개 품목별 위해요소의 특징을 반영한 AI 예측모델을 개발했다. 지난해부터는 통관단계에서 무작위검사 대상을 선별하는 데 이를 활용하고 있다. 식약처의 위험예측 모델은 축적된 과거 부적합 내용·원재료 등 수입식품 검사 정보와 기상, 수질 등 해외 환경 정보 등을 융합한 빅데이터를 AI가 학습해 부적합 가능성(위험도)이 높은 식품을 통관 과정에서 선별하는 방식이다.

식약처는 올해 AI를 의약품 허가·심사 제출자료 영역까지 확대하기 위해 일종의 ‘AI 심사관’ 시스템 구축 전략을 수립할 계획이다. 식약처에 따르면 올해부터 의약품 허가·심사 제출자료의 요약 및 적합성·완결성 검증과 기제출자료의 비교·분석 등에 AI 기반 시스템이 구축될 수 있는 전략을 수립해 2026년부터 단계적으로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올해 식약처의 AI 활용 심사관 시스템 전략 수립은 크게 세 단계인데, 첫째는 인간의 개입이 불필요한 민원이나 허가·심사 등을 AI가 발굴해 자동 처리하게 하고, 둘째는 허가·심사 업무를 세분화해 AI 적용 가능 업무를 발굴, 단계적으로 적용하는 방식이다. 마지막으로 허가·심사에 맞춤형 AI 서비스 인프라를 구축하는 방안이다.

정철순 기자 csjeong110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