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춤지원 덕에 금쪽이손녀 키울 힘 얻었어요”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 16일 서울 서대문구 가족센터에서 박동내(왼쪽) 씨와 조민자(오른쪽) 씨가 강주현 서대문구 가족센터장에게 여성가족부의 조손가족 지원 정책 관련 설명을 듣고 있다. 문호남 기자

■여가부, 조손가족 지원 효과

발달장애 아이에겐 보듬매니저
관계회복 필요 가정엔 글램핑
최신교육정보·육아모임 연결도
위기계층 조기 발굴·생활 지원

고엽제 후유증을 앓는 남편을 돌보며 손주 2명을 키우는 박동내(72) 씨는 재작년 무릎 부상으로 식당일을 그만두며 생계난을 겪었다. 또, 손주들이 조손가족이라는 이유로 같은 반 학우들에게 폭행을 당하자 박 씨는 극단적인 선택까지 고민할 정도로 마음에 큰 상처를 입었다. 지난해 10월 보건소를 통해 지역 유관협의체에서 위기 조손가족 대상자로 추천돼 서대문구 가족센터의 지원을 받으며 박 씨 가족은 겨우 안정을 찾았다. 박 씨는 22일 문화일보 기자와 만나 “식구가 많다 보니 당장 내일 먹을 끼니 준비도 막막했는데, 소고기 등 식료품 지원을 받는 게 큰 힘이 된다”며 “가족센터 관계자가 가정방문을 통해 심리 상담을 해주고, 우리 집 상황에 맞춰 손주들 양육에 도움을 주니 살 것 같다”고 했다.

가족여행을 한 번도 가지 못했던 박 씨 가족은 최근 여성가족부의 온가족보듬사업 지원을 받아 경기 파주시에 글램핑도 다녀왔다. 박 씨는 “내가 몸이 안 좋다 보니 부모·자녀 간 협동 프로그램에 거의 참여하지 못했는데, 손주들이 젊은 학부모나 가족센터 선생님들과 어울리며 생활에 활력을 찾아 감사하다”고 말했다.

손녀 2명을 홀로 키우는 조민자(74) 씨도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와 발달장애를 앓는 큰 손녀 양육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특히 조 씨 손녀들은 몇 년 전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학교 수업이 온라인으로 전면 전환되자 노트북 등 디지털 교구를 구하지 못해 학업 중단 위기까지 겪었다. 고립됐던 조 씨 가족은 여가부의 조손가족 긴급 지원 대상으로 선정되며 숨통이 트였다. 그는 “가족센터 도움으로 큰 손녀가 경계선 지능을 진단받은 뒤 보듬 매니저가 학교 수업 관련 온라인 시스템 설치 등을 도와준 덕에 고비를 넘겼다”고 말했다.

여가부는 전국 220개소에 설치된 가족센터를 중심으로 손자녀의 발달단계에 맞춰 조부모의 부모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등 조손가족 맞춤형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가족센터는 취약한 양육환경 속 손자녀들의 진로·진학 설계와 교육 지원에 어려움을 겪는 조부모를 지원하기 위해 발달단계에 맞춘 부모교육 및 상담을 실시한다. 또한, 조부모들이 지역사회 내에서 양육 관계망을 형성할 수 있도록 자조 모임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실제 홀로 손자를 키우며 전남 광양시 가족센터의 조손가족 지원을 받는 A 씨는 “‘할매 마음 충전소’라는 가족센터 집단상담을 통해 같은 처지의 조부모들과 소통하고 있다”며 “손자의 교육부터 상담까지 다양한 지원을 받고 있다”고 했다.

여가부는 이처럼 정책 사각지대에 놓인 취약 위기계층 조기발굴 및 맞춤형 지원을 강화하고자 올해부터 ‘조손가족 아동의 안정적 양육·성장 지원방안’ 추진에 나선다. 기초연금 등 사회보장서비스를 신청하는 조손가족 정보를 가족센터에 연계해 필요한 서비스를 선제적으로 안내하고, 조부모를 위한 ‘손자녀 돌봄·양육 지원정책 안내서’를 제작해 배포할 계획이다. 또한, 올해 상반기부터 ‘위기 조손가족 집중 발굴 기간’을 운영한다. 여가부 관계자는 “조손가족 관련 실태조사도 정기적으로 실시해 관련 정책 마련에 활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선영 기자 sun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