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 논의 물꼬…재정 효율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사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이 21일 국무회의에서 “세금을 가장 효과적으로 써야 한다는 재정의 기본원칙 하에, (추가 재정 투입을) 국회와 정부가 함께 논의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해 말 단독으로 감액 예산안을 통과시킨 뒤 줄곧 20조 원 이상의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요구해왔다. “대선 매표용”이라며 반대하던 국민의힘은 최근 “필요하다면 검토할 수 있다”며 가능성을 열어 놓았다. 올 상반기에 예산 65%를 조기 집행하는 것만 강조해오던 최 대행까지 입장을 선회하면서 조기 추경 편성을 위한 논의가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12·3 비상계엄과 탄핵 사태에 따른 정치 불확실성으로 민간소비와 건설 투자가 빠르게 얼어붙고 있다. 한국은행이 환율 불안 때문에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재정의 역할이 중요해졌다. 특히 지난달 취업자 수가 3년10개월 만에 처음으로 감소하고 한은이 21일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1.6∼1.7%로 내리면서 추경 요구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15조∼20조 원 규모의 추경이 바람직하다”며 “가급적 빨리 투입해야 한다”고 밝혔다.

문제는 민주당과 이재명 대표가 ‘전 국민 25만 원 지원’을 고집해 여기에만 13조 원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지역사랑상품권 발행에 2조 원 이상의 추경 투입도 요구한다. 하지만, 2020년 코로나 사태 때 ‘100만 원 지원금(4인 가구 기준)’ 중 실제로 소비에 사용된 돈은 30%에 불과했고, 대부분 저축이나 대출금 상환에 쓰였다. 이번에 추경이 편성된다면 재정 효율성이 최우선 고려 대상이 돼야 한다. 서민·자영업을 선별 지원한다는 원칙 아래, 인공지능(AI)·전력망 등 경기 부양 효과나 재정승수가 큰 분야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민주당도 “신속한 추경으로 경제에 신호를 줘야 한다”고 밝혔다. 효과는 작으면서 도덕적 해이를 유발할 포퓰리즘부터 경계하는 일도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