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는 에너지 비상사태 선포, 韓은 국회에 막혀 퇴행[사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0일 2개의 ‘국가 비상사태’를 선언하고 행정명령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하나는 남쪽 국경의 불법 입국을 막기 위한 비상사태이고, 다른 하나는 에너지 비상사태다. 에너지 비상사태와 관련, 트럼프 대통령은 인플레이션을 잡는 것이 1차 배경임을 밝히면서 “석유·가스 시추와 생산을 확대하고 에너지 가격을 낮춰 다시 제조업 강국을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또, 미국은 “지구상에서 가장 많은 석유와 가스를 보유하고 있다”며 “발아래에 있는 ‘액체 금’(석유와 가스)으로 다시 부유한 국가가 될 것”이라고 자신감을 표명했다. 전날 마가(MAGA) 집회에서는 “(AI 시대에는) 두 배, 세 배 이상의 에너지가 필요하다”면서 “비상권한을 사용해 대형 공장과 AI 시설을 건설할 수 있게 할 것”이라고 했다.

물가 안정, 제조업 지원, AI 시대 대비라는 일석삼조 효과를 노린 에너지 정책 전환은 전방위적 파장을 예고한다. 당장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파리협정은 미국의 발을 묶어 중국에만 유리하다며 다시 탈퇴했다. 광물 채굴·가공 규제 완화, 노후 석탄 화력발전소·원전 가동 확대, 송전망·가스관 신설, 액화천연가스(LNG) 수출 허가 재개 등이 잇따를 전망이다. 이처럼 미국의 새 에너지 정책은 제조업 강국 재건과 세계 패권 강화를 겨냥하고 있다.

정작 이런 비상한 노력이 필요한 나라는 천연자원 빈약 국가인 한국이다. 그런데 오히려 퇴행한다. 가장 싸고 질 좋은 전기를 생산하는 원자력 발전소의 신규 건설이 거대 야당의 몽니 탓에 4기에서 3기로 축소됐다. 송전선 사업은 지방자치단체의 반발에 마냥 지체되고 있는데, 국가가 지원토록 한 국가 기간전력망 확충 특별법 제정은 국회에서 표류 중이다. 미국뿐만 아니라 대다수의 선진국이 에너지 비상 대책에 적극 나서는데, 더 다급한 한국에선 국회가 가로막는 셈이다. 여야 정치권의 대오각성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