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 무릅쓴 북한군 “돌격 앞으로”…우크라이나 전쟁 변수로 떠올라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젤렌스키 대통령이 공개한 생포 북한군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생포된 북한군 2명의 모습을 담은 사진을 11일(현지 시간) 공식 SNS를 통해 공개했다. 문 구멍으로 침상에 누워있는 북한군이 보인다.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 공식 SNS 제공 뉴시스

우크라이나 전쟁에 새로운 변수가 발생했다. 러시아 최전선으로 파병된 북한 군인이 사상자를 내면서도 쉽사리 후퇴하지 않는 전술을 쓰며 전쟁 양상이 바뀔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22일(현지시간)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북한군과 직접 전투를 해본 우크라이나군 병사와 지휘군, 복수의 군사전문가들을 인용해 북한군의 전투 양상을 분석했다. 러시아 쿠르스크 전선에 파병된 북한 군인은 위험지역에 투입돼 땅을 확보해나가는 ‘인간 방패’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NYT는 보도했다.

북한군을 접한 우크라이나군은 북한군이 러시아군과 달리 아무리 심한 공격을 받더라도 잠시 전열을 가다듬고 후퇴하는 일 없이 계속 전진한다고 전했다. 40여 명 단위의 부대가 폭격이나 지뢰 상관없이 ‘앞으로 가’ 작전을 수행한다는 것이다. 북한군은 죽음을 불사해 전선을 밀어낸 다음 지역을 확보하는 일은 러시아 지원군에게 맡기는 전략을 택하고 있다고 우크라이나군과 미 당국자들은 전했다. 정밀 타격 임무를 위해 훈련받은 특수부대원인 러시아 파병 북한 군인은 북한 특유의 엄격한 규율을 따르며 죽음에 대한 두려움 없이 임무에 충실히 수행한다고 덧붙였다.

북한군은 파병 초반 고전했던 우크라이나 드론도 더 이상 문제가 되지 않았다. 우크라이나군이 숨진 북한군의 시신에서 회수했다고 밝힌 수첩 내용에 따르면 이들은 병사 한 명이 나서서 드론을 유인하다가 멈춰 서면 인근에 있던 다른 병사가 드론을 격추하는 식의 ‘미끼 전략’으로 드론에 대응하고 있다. 북한군은 이러한 전략으로 많은 사상자를 내면서 높은 대가를 치르고 있지만, 이러한 희생조차도 현대전 기술을 습득하기 위한 비용으로 여길 것이라는 게 우크라이나군의 평가다.우크라이나 군 최고 사령관인 올렉산드르 시르스키는 NYT에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 중 절반 가까이가 죽거나 다쳤을 것이라면서도 이들이 “매우 의욕이 넘치고 잘 훈련됐으며 용감한” 병사들이라고 평가했다.

북한군의 ‘무조건 전진’ 전략이 많은 희생을 내면서도 전쟁터에서 효과를 내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우크라이나군 지휘관 올렉시는 북한 군인들이 “방어가 취약한 지역을 목표로 우리 부대를 지치게 하면서 최전선을 밀어내기 시작하고 있다”며 “북한군의 전투경험이 쌓임에 따라 매우 강해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정지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