쿼드 성명서 ‘북한 언급’ 없었다… 전면적 대북정책 변화 시그널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美 새 외교 수장의 對北 시각은… 21일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이 워싱턴DC 국무부 청사에서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후 처음 열린 쿼드 외교장관 회의를 시작하기에 앞서 기념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 사라진 ‘한반도 비핵화’

中견제 내용 담고 北은 통째 빼
美 ‘北 = 핵보유국’ 발언 맞물려
韓 패싱된채 核동결·군축 우려
한·미 대북정책 파열음 가능성

워싱턴=민병기 특파원 mingming@munhwa.com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과 함께 ‘한반도 비핵화’ 표현이 미국 정가에서 사라지고 있다. 대신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는 취지의 발언이 잇따라 나온다. 공화당이 그간 강조해 온 ‘CVID’(Complete Verifiable Irreversible Dismantling·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핵 폐기)라는 북핵 관련 어젠다를 포기하고 비핵화를 장기적인 과제 혹은 불가능한 목표로 판단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 섞인 관측이 나온다. 이는 자연스레 대북 정책의 변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어 한미 간 대북 정책을 두고 파열음이 생길 수도 있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21일(현지시간) 상원 인사청문회를 만장일치로 통과한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의 사실상 첫 공식일정이었던 쿼드(Quad·미국·일본·호주·인도 4개국 안보 협의체) 외교장관회의는 결과물로 두 문장의 공동성명을 내놨다. 첫 번째 문장에는 네 나라가 인도·태평양의 발전과 번영을 뒷받침한다는 우리 신념을 유지하고 있다는 내용이, 두 번째 문장에는 중국을 겨냥해 ‘무력이나 강압에 의해 현상을 바꾸려는 어떠한 일방적 행동에도 반대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그간 쿼드정상회의나 외교장관회의 후 공동성명에 포함됐던 북한의 비핵화 부분은 빠졌다. 그간 공동성명보다 분량이 확 줄어든 상황에서 중국을 견제하는 내용은 그대로 담겼지만 북한에 대한 언급은 통째로 사라진 셈이다. 당장 바이든 행정부 때인 지난해 7월 쿼드 외교장관회의 뒤 나온 공동성명에서는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도발을 강력히 규탄하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에 따른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공약을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회의에서 일본을 중심으로 북핵과 미사일 도발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지만 공동성명에서는 빠지게 됐다.

쿼드 공동성명에 특정 국가에 대한 언급 자체가 포함되지 않아 이를 트럼프 행정부 출범을 계기로 북한의 대북 정책 변화가 반영된 것이라고 속단하기는 어렵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을 포함한 주요 인사들이 잇달아 대북 정책의 큰 변화를 염두에 둔 듯한 발언을 쏟아낸 상황과 맞물려 한국이 ‘패싱’된 채 대북정책의 전환이 이뤄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더 크다. 당장 트럼프 대통령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친분’을 과시하며 북한을 ‘핵보유국’이라고 했고 피트 헤그세스 국방부 장관 후보자 역시 인사청문회에서 북한의 핵 보유를 인정하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22일 북한 평양 개선역에서 한 주민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식 관련 기사(빨간색 테두리)가 실린 디지털판 노동신문을 보고 있다. AFP 연합뉴스

루비오 장관은 지난 15일 인사청문회에서 대북 정책에 대해 “다른 나라들이 각자의 핵무기 프로그램을 추구하도록 자극하지 않으면서 위기를 막기 위해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느냐는 것이 우리가 찾는 해결책”이라고 밝힌 뒤 “아직 그럴 준비가 안 됐다”며 대북 정책에 대한 검토에 시간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과 공화당 모두 북한 비핵화를 뺀 정강·정책을 발표하면서 새 행정부에서 대북 정책 전환이 이뤄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는데,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우려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커지게 된 셈이다. 미국이 북한의 비핵화를 불가능하거나 단기간에 달성하기 어려운 목표로 인정할 경우 핵 동결 혹은 핵 군축을 염두에 둔 ‘스몰딜’이 미국과 북한 간에 전격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