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외국인 납치범 잡고 보니 ‘충격’…경찰관·군인이었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태국 인신매매 조직에 납치됐다 구출된 중국 배우 왕싱(오른쪽). BBC 홈페이지 캡처

경찰관 4명·군인 1명 등이 중국인 7명 납치했다가 검거


태국에서 잇단 중국인 관광객 납치 사건으로 파문이 퍼지는 가운데, 태국 경찰관들과 군인 등이 중국인 여러 명을 납치했다가 붙잡혔다. 치안 유지를 담당하는 공무원들이 오히려 범행을 저질렀다는 점에서 충격과 우려가 더 크다.

26일(현지시간) 방콕포스트·카오솟 등 태국 현지 매체 보도에 따르면, 태국 경찰은 전날 경찰관 4명과 군 순찰대원 1명, 민간인 3명 등 납치 용의자 8명을 체포했다.

이들은 지난 23일 라오스와 접경 지역인 태국 동부 우본랏차타니주에서 22∼25세 중국인 7명을 납치해 한 리조트에 가둔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라오스에 있던 피해자들에게 태국에서 수입 좋은 일자리를 주겠다며 태국으로 오도록 유인했다. 이후 이들을 감금하고 피해자 가족에게 200만 밧(약 8530만 원)의 몸값을 요구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의 범죄행각은 납치 피해자들이 몰래 메신저로 납치 사실과 리조트 위치를 주변에 알리면서 꼬리를 밟혔다. 피해자 가족의 신고를 받은 태국 경찰이 리조트를 급습해 용의자들을 검거하고 피해자들을 구출했다.

끼띠랏 판펫 태국 경찰청장은 이번 사건 용의자에 포함된 경찰관 4명을 즉각 해고했다고 밝혔다. 또 이런 활동에 연루된 모든 경찰관은 엄중한 행정 징계·형사 처벌을 받을 것이라고 경고하고, 불법 이민과 국경을 넘나드는 국제 범죄에 대한 강력한 단속을 지시했다.

방콕포스트는 통상 태국에서는 이런 사건의 용의자들이 언론에 노출되지만, 이번 사건에서는 용의자인 경찰관 등이 사진에 찍히는 것을 막기 위해 언론사의 경찰서 접근이 제한됐다고 폭로했다.

한편, 최근 태국에서 중국인 관광객 등이 납치돼 주변 국가인 미얀마와 캄보디아 등지로 끌려가는 사건이 잇따르면서 중국과 태국에서는 여론이 들끓고 있다.

이달 초 중국 배우 왕싱(31)이 태국에서 실종됐다가 사흘 만에 미얀마에서 발견돼 귀국했고, 지난 달 태국-미얀마 국경 지역에서 실종된 중국 모델 양쩌치(25)도 구출돼 지난 17일 중국으로 돌아갔다.

납치 피해자들은 미얀마와 캄보디아에서 콜센터 등 대규모 ‘범죄단지’에 감금돼 보이스피싱·온라인 사기 등 범죄행위를 강요당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태국 경찰은 지난 24일 중국 공안과 회의를 갖고 이런 범죄를 근절하기 위해 양국 치안 당국이 공조하는 조정 센터를 태국 경찰청에 설치하기로 했다.

오남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