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판 아이유’? ‘국민여동생’급 가수, 트럼프 이민정책 비난했다가…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 2019년 5월 프랑스 칸에서 개막한 제72회 칸국제영화제에 참가했던 가수 겸 배우 셀레나 고메즈. AP 뉴시스

트럼프 정책에 오열… SNS
눈물 영상 올렸다 공격받고 삭제

미국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난 가수 겸 배우 셀레나 고메즈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행정부의 대규모 불법 이민자 추방 정책에 눈물을 흘리며 항의하는 영상을 소셜미디어(SNS)에 올렸다가 보수 진영 인사들의 거센 공격을 받았다.

28일(현지 시각)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고메즈는 전날(27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린 영상에서 "나의 모든 사람이 공격을 받고 있다. 아이들까지도"라며 눈물을 쏟았다.

고메즈의 얼굴은 붉게 상기돼 있었다. 흐르는 눈물을 연신 훔쳐내던 그는 떨리는 목소리로 "이해할 수가 없다. 내가 뭐라도 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럴 수 없다. 정말 미안하다.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할 수 있는 모든 걸 다 해보겠다. 약속한다"고 했다.

영상과 함께 올린 글에는 멕시코 국기 이모티콘과 함께 "미안하다"고 적었다.

고메즈는 트럼프 행정부가 불법 이민자들의 체포와 추방을 늘리겠다는 대선 공약을 빠르게 이행하는 가운데 이 영상을 올렸다. 트럼프 행정부는 고메즈가 영상을 올리기 하루 전날인 지난 26일 하루 동안에만 미국 전역에서 불법 이민자 956명을 체포했다.

고메즈는 조부모가 멕시코에서 미국으로 이주해 온 이민자 가정 출신이다. 2019년 시사 월간지 타임을 통해 조부모가 트럭 뒤에 숨어 불법으로 국경을 넘어왔다고 밝혔다. 이후 조부모는 미국 시민권을 취득했으며, 자신의 아버지는 미국에서 태어났다고 밝힌 바 있다. 2017년에는 미국 내 이주민 가정들의 삶을 다룬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리빙 언도큐먼티드’의 제작에 참여하기도 했다.

4억2000만명이 넘는 팔로워를 보유한 고메즈의 영상은 빠르게 퍼져나갔고, 그의 인스타그램에는 그를 비난하는 댓글이 잇따라 달렸다.

영상이 퍼지자 트럼프 행정부에서 이민자 단속의 선봉장을 맡고 있는 ‘국경 차르’ 톰 호먼은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서 이 영상을 언급하며 "열린 국경을 통해 들어오는 펜타닐로 인해 미국인 수십만 명이 죽고 있다. 이들을 위한 눈물은 어디 있는가"라고 지적했다.

보수 정치 단체인 ‘터닝포인트 USA’의 창립자 찰리 커크도 자신의 엑스(X·구 트위터)에 왜 미국인인 고메즈가 동료 미국인이 아닌 미등록 이민자들과 자신을 동일시하느냐고 반문했고, 보수 논객인 토미 라런은 X에 "이것이 우리가 디즈니의 어린이 스타들로부터 정치적 조언을 받지 않는 이유"라고 썼다.

공화당 정치인 새뮤얼 파커는 SNS에 이미 미국 시민권을 얻은 고메즈의 조부모를 ‘불법 거주자’라고 부르며 비난 수위를 높였다. 그는 "고메즈도 추방해야 하지 않나"라고 하기도 했다.

이후 고메즈는 해당 영상을 삭제하고 "사람들에 대한 공감을 드러내는 것이 괜찮지 않은가 보다"고 적었다.

특히 파커를 따로 언급하며 "웃음과 위협을 줘서 감사하다"고 비꼬기도 했다.

박준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