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은이도 연진이·혜정이도 ‘꽃길’… ‘더 글로리’가 뿌린 씨앗, 활짝 피었습니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왼쪽 위부터 ‘검은 수녀들’ 송혜교, ‘옥씨부인전’ 임지연, ‘원경’ 차주영, ‘트리거’ 정성일.

■ 계속되는 ‘영광’… 주·조연들, 차기작서도 ‘종횡무진’

송혜교 ‘검은 수녀들’
설 연휴기간 120만 관객 동원

임지연 ‘옥씨부인전’
마지막회도 시청률 13% 넘어

차주영 ‘원경’
첫 주연에 ‘인생 캐릭터’ 호평

박성훈 ‘오징어게임2’
트랜스젠더 역할 맡아 ‘눈길’

정성일 ‘트리거’
가식없는 성장형 캐릭터 주목

학교 폭력(학폭)을 소재로 삼아 글로벌 시장의 주목을 받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더 글로리’의 주역들이 을사년 초부터 종횡무진 활약하고 있다. TV, 극장,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등 플랫폼을 가리지 않고 활동 폭을 넓히며 ‘더 글로리’의 영광을 다시 소환하는 모양새다.

‘더 글로리’에서 학폭 피해자 문동은 역을 맡아 백상예술대상 최우수연기상을 거머쥐었던 배우 송혜교는 2년 만에 신작 ‘검은 수녀들’을 공개했다.

지난 24일 개봉된 이 영화는 엿새간의 연휴 동안 약 120만 관객을 동원했다. 휴일 기준 일일 10만∼15만 관객을 모으고 있어, 이르면 2월 초 일찌감치 손익분기점(160만 명)을 돌파할 전망이다.

“얼굴로 승부 볼 나이는 지났다”고 스스럼없이 말하는 송혜교는 악령에 지배당한 소년을 구하기 위해 구마 의식을 치르는 유니아 수녀 역을 맡아 새로운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 성공했다. ‘더 글로리’에 이어 ‘검은 수녀들’로 ‘멜로의 여왕’이라는 오랜 수식어를 떼어 낸 송혜교는 “멜로물을 오래 하다 보니 사랑, 이별, 아픔을 연기하는 게 조금 지겨웠다”면서 “저도 그런데 시청자들은 오죽할까 싶었다”고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문동은을 괴롭히던 ‘학폭 3인방’의 행보도 거침없다. 가해자 무리의 우두머리 격인 박연진 역을 맡았던 배우 임지연은 첫 타이틀롤을 맡은 JTBC 사극 ‘옥씨부인전’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26일 방송된 마지막회 시청률은 13.6%로 동 시간대 1위를 차지했다. “사극 연기에 트라우마가 있다”던 임지연은 빼어난 한복 맵시와 안정된 사극 연기로 호평받았다.

그는 최근 문화일보와 나눈 인터뷰에서 “박연진이라 불리는 것이 좋지만 ‘옥씨부인전’의 주인공인 구덕이로도 오래 불리고 싶은 마음”이라며 “사극 트라우마를 어느 정도 극복한 것 같다”고 말했다.

박연진의 친구인 혜정 역을 맡았던 배우 차주영은 처음으로 주연을 맡은 티빙·tvN ‘원경’을 성공적으로 이끌고 있다. 이방원(이현욱)을 왕좌에 올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서슬 퍼런 원경왕후 역으로 ‘인생 캐릭터’를 배출했다는 평이다. 이들과 함께 거친 욕설을 내뱉던 전재준 역의 배우 박성훈은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 시즌2’로 이미지 변신에 성공했다. 극 중 트랜스젠더 현주로 분한 그에게는 ‘전재준’ 대신 ‘전재순’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박성훈은 문화일보에 “전재준은 선물 같은 캐릭터다. ‘전재준’ 세 글자만으로 나를 떠올려주신다”면서 “요즘 ‘현주 언니, 현주 누나’로 불린다. 이 역시 선물 같다”고 기뻐했다.

‘더 글로리’에서 박연진의 남편이자 문동은의 조력자를 자처했던 재벌 2세 하도영으로 주목받은 배우 정성일은 설 연휴 기간 디즈니+ ‘트리거’를 신작으로 내놨다. 탐사보도 프로그램 제작진의 이야기를 다룬 이 작품에서 중고 신입 PD 한도 역으로 열연했다. 그는 “가식 없는 성장형 캐릭터”라며 “평소 저와 가장 닮은 인물”이라고 애정을 드러냈다.

이 외에도 문동은을 돕는 의사 주여정 역의 배우 이도현은 지난해 영화 ‘파묘’로 1100만 관객을 동원했다. 이 외에도 어린 문동은과 박연진 역을 각각 책임졌던 배우 정지소와 신예은은 최근 KBS 드라마 ‘수상한 그녀’와 tvN 드라마 ‘정년이’의 주인공을 맡아 호연을 펼쳤다.

‘더 글로리’의 주역들은 촬영 당시 맺었던 인연을 이어가며 지금도 건강한 영향력을 주고받고 있다. 임지연은 “서로를 진심으로 응원하고 끊임없는 수다를 통해 각자의 고민을 이야기하는 사이”라며 “특히 (송)혜교 언니는 후배들의 작품을 다 챙겨보고 모니터해준다. ‘더 글로리’를 통해 큰 기회를 받았는데 그 소중한 인연이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더 글로리’에 참여했던 조연 배우들이 차기작에서 주연 배우로 발돋움했다. 대중적 인지도를 쌓고 연기력을 검증받은 새로운 스타들이 또 다른 성공작을 내는 선순환이 일어나는 셈”이라고 말했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