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반대에 국회서 발묶인 반도체특별법… 국힘 “조속 처리 나서야”

野 “주52시간제 예외안돼” 반대
李 기조 전환…내달 통과 가능성

중국의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딥시크(DeepSeek)의 부상으로 반도체 시장의 급변이 예상되지만, 국내 반도체 산업 경쟁력 강화를 취지로 하는 ‘반도체 특별법’은 여전히 국회에서 잠자고 있다.

특정 반도체산업 종사자에게 주 52시간 근로제 적용 예외를 허용하는 ‘화이트칼라 이그젬션’ 조항을 두고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완강히 반대하기 때문이다. 다만 분배에서 성장으로 정책 기조 전환에 나선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내달 3일 정책 토론회 이후 전향적인 입장을 내놓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2월 국회에서 극적으로 통과될 가능성도 있다.

반도체 특별법을 당론으로 추진 중인 국민의힘은 31일 반도체 특별법의 조속한 처리를 강조하며 야당을 압박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이 대표가 민주당이 반대하는 법안에 대해 토론회를 개최하는 이유는 명백하다. 본인의 반시장·반기업적 이미지를 완화하면서 민주노총을 비롯한 좌파 세력을 달래려는 이중 플레이”라며 “국가 미래를 위해 절실한 반도체 특별법에까지 정치공학적 계산기를 두드려야 하겠느냐”고 말했다.

국회에 계류 중인 ‘반도체산업 경쟁력 강화 및 혁신성장을 위한 특별법’은 반도체산업 관련 신상품·신기술 연구개발 등의 업무에 종사하는 노동자 중 근로소득 수준, 업무수행 방법 등을 고려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당사자 간 서면 합의를 통해 근로기준법의 근로시간, 휴일근로 등에 관해 별도의 기준을 적용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즉 일부 반도체 종사자에 대해 회사의 필요와 당사자의 의사에 따라 주 52시간 근로제에 예외를 두는 것이 골자다.

민주당은 그간 해당 법안이 문재인 정부에서 확립된 주 52시간 근로제의 일반원칙을 무너뜨릴 수 있다는 이유로 반대해 왔다. 그런데 이 대표가 중도층 외연 확장의 일환으로 우클릭에 나서면서 반도체 특별법의 국회 논의가 물꼬를 틀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민주당 입장 변화의 기점은 이 대표가 직접 주재하는 내달 3일 ‘반도체 특별법 정책 디베이트(토론)’가 될 가능성이 크다. 토론회에는 SK하이닉스, 삼성전자 등 국내 반도체 기업 관계자들과 노동조합 관계자 등이 참석할 예정이다.

이정우 기자 krust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