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기 한달 앞인데… AI교과서·의대정원 등 교육정책 혼돈

조기 대선 국면에 정치 쟁점화
AI교과서 도입 절차 늦어지고
의대증원 규모 논의 답보 상태

2025학년도 신학기가 한 달 앞으로 다가왔지만 정부의 주요 교육·보육 정책이 줄줄이 정치 쟁점화되면서 안갯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당장 오는 3월 시행될 가능성이 높은 인공지능(AI) 디지털 교과서는 아직 단가조차 정해지지 않았고, 2026학년도 의대 입학 정원 논의도 답보 상태다. 조기 대선 국면에 돌입할 경우 쟁점화된 교육 정책에 대한 여·야의 존폐 논란이 첨예해져 현장 혼란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31일 교육계에 따르면 현재 교육부와 AI 교과서 업체 간 구독료 협상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1일 AI 교과서를 교육 자료로 격하하는 초·중등교육법 개정안(더불어민주당 발의)에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다. 이에 따라 국회 재표결을 거쳐 AI 교과서가 3월 신학기부터 교과서로서 선을 보일 가능성이 높아졌지만 아직 기본적인 논의조차 완료되지 않은 셈이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정책 시행 단 한 학기만을 앞두고 정쟁화됐으니 AI 교과서 도입에 필요한 필수 절차가 늦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내년도 의대 정원 논의도 진전이 없는 상태다. 정부와 각 대학은 학생 선발 과정을 고려할 때 당장 오는 2월까지는 2026학년도 의대 정원을 비롯한 신입생 규모를 확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의정 협상이 언제 이뤄질지, 2000명 증원 유지와 증원 조정, 감원 등 어떤 결론이 날지 감을 잡기 어렵다고 교육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정부가 야심 차게 선언했던 유보통합(유치원·어린이집 통합)도 관련 법안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지만 야당의 협조를 얻기 어려울 전망이다.

정부의 주요 교육·보육 정책들이 거대 야당의 반대에 힘을 받지 못하면 결국 교육·보육 현장에 피해가 고스란히 돌아갈 수밖에 없다는 비판도 나온다. 특히 조기 대선 국면이 시작되면 이미 시행된 정책까지 각 당의 정치적 공세에 휘말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육학과 교수는 “정치적으로 혼란할지라도 교육이라는 큰 흐름을 바꿔버릴 일이 발생하면 안 된다”며 “교육계 역시 부화뇌동하지 않고 본연의 자세를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현아 기자 kimhah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