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특수 실종’ 제주 관광객 9.8% 급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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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만명→90만명으로 줄어
타지역보다 경비 부담 큰 탓

‘국내 관광 1번지’로 꼽히는 제주가 해외여행 열풍에 따른 관광객 감소로 긴 설 연휴 특수를 누리지 못하는 등 울상을 짓고 있다. 관광산업 의존도가 높은 지역경제 특성상 관광객 감소는 고스란히 경제 실핏줄인 자영업자의 경영 악화로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다른 국내 관광지와 견줘 부담이 큰 숙박·음식 비용을 낮추는 등 제주의 관광 서비스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31일 제주관광협회에 따르면 이달 1∼29일 제주를 찾은 관광객은 총 90만9286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00만8630명)보다 9.8% 줄었다. 이 중 내국인 관광객은 79만7385명으로 전년 동기(91만5655명) 대비 12.9% 감소했다. 외국인 관광객은 11만1901명으로 전년 동기(9만2975명) 대비 20.4% 늘었다. 한 종합여행사 관계자는 “지난해 설 명절 연휴가 2월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올해는 긴 연휴에도 불구하고 특수 효과를 전혀 누리지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다른 관광지에 비해 높은 물가가 제주 관광객이 줄어든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한국은행의 ‘2023년 제주특별자치도 방문관광객 실태조사’ 자료를 보면 관광객에게 가장 낮은 만족도 점수를 받은 항목은 ‘여행 경비’로 나타났다.

관광객 감소는 고스란히 제주 지역경제 악화로 연결되고 있다. 한은 제주본부는 “제주 지역 자영업은 서비스업 경기 부진 영향으로 매출·이익 감소, 부채 부담 증대, 폐업률 상승 등 경영상황이 악화했다”며 “타 지역과 비교해도 경영여건 악화 정도가 큰 것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중소기업중앙회 제주지역본부 조사가 지난달 지역 소상공인 207명을 대상으로 경영실태를 조사한 결과, 지난해 매출액이 전년보다 감소했다는 응답은 79.3%로 나타났다. 제주 숙박업체·음식점의 지난해 폐업 건수는 전년 대비 각각 13.7%·1.6% 증가했다. 지난해 3분기 제주 관광객의 카드 지출액(신한카드 기준)은 6282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4% 줄었다.

제주 관광업계는 내·외국인 관광객 유치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제주관광공사는 지난 24일 4년여 만에 성산포항 시내면세점을 재개장했다. 기존에는 성산항을 통해 제주를 빠져나가는 관광객만 이용할 수 있었지만, 항공편과 여객선으로 이동하는 모든 관광객이 쇼핑할 수 있도록 지침을 바꿨다. 복합리조트 제주드림타워를 운영하는 롯데관광개발은 제주와 중국을 잇는 항공편 노선 확대에 따라 카지노 VIP 영업 인원을 기존보다 2배가량 늘렸다.

김호준 기자 kazzy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