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팔라지는 ‘내수 절벽’… 소비 21년만에 최대 감소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손님‘증발’ 미국발 관세 전쟁으로 경기 하강 우려가 커진 가운데 2일 서울 종로구 대로변 상가 좌판에서 한 시민이 물건을 살펴보고 있다. 곽성호 기자

■ 지난해 산업활동동향… 소매판매 2.2%↓

반도체 덕 전체 생산 호조에도
소매판매 등 내수 지표는 악화
공사실적 줄며 건설 4.9% 감소

12월 숙박·음식업 생산 3.1%↓
34개월만에 가장 큰폭으로 추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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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 비상계엄·탄핵국면으로 ‘연말특수’가 실종되며 2003년 ‘카드대란’ 후 21년 만에 최악의 소비절벽이 나타나는 등 내수부진의 골이 깊어지는 양상이다. 반도체 수출 호조세가 지난해 전(全)산업생산을 끌어올린 가운데서도 지난해 12월 숙박·음식업 생산이 34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고꾸라지는 등 소매판매·건설·서비스 생산을 포함해 내수와 직결되는 지표는 줄줄이 부진한 성적표를 받았다.

3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4년 12월 및 연간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재화 소비를 뜻하는 소매판매액은 2.2% 줄며 3년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2022년 -0.3%, 2023년 -1.5%에 이어 하락 폭도 키워가는 양상으로 2003년(-3.2%) 이후 최대 폭 감소다. 승용차 등 내구재(-3.1%)·음식료품 등 비내구재(-1.4%)·의복 등 준내구재(-3.7%)가 모두 감소했다. 계엄과 탄핵에 무안공항 제주항공 참사까지 겹치며 사라진 연말특수도 소매판매 위축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12월 소매판매는 전월 대비 0.6% 줄었다. 지난해 9월 -0.3%, 10월 -0.7%, 11월 0.0%를 나타내며 4개월째 반등에 실패했다.

내수와 직결되는 서비스업 생산도 지난해 1.4% 증가하는 데 그쳤다. 증가 폭이 전년(3.2%)의 절반 이하로 쪼그라들며 코로나19 사태가 있던 2020년(-2.0%) 이후 4년 만에 최소 폭 증가를 기록했다. 특히 지난해 12월의 경우 전체 서비스업 생산이 전월보다 1.7% 늘어났지만 숙박·음식점업은 3.1% 줄었다. 2022년 2월(-6.0%) 이후 최대 폭 감소다. 한국이 여행위험 국가로 지정되면서 관광 수요가 줄었던 탓으로 해석된다. 연말 제주항공 참사 후 추모 분위기까지 더해지며 예술·스포츠·여가 관련 서비스업도 6.9% 감소했다. 건설업 불황으로 건설기성도 고전을 면치 못했다. 지난해 건설기성(불변)은 토목(1.8%)에서 늘었지만 건축(-6.9%)에서 공사실적이 줄어 4.9% 감소했다. 2021년(-6.7%) 이후 최대 폭 감소다.

반면 지난해 전체 생산은 호조세를 보였다. 광공업 생산이 전산업생산을 떠받쳤다. 전기장비, 1차금속 등에서 줄었지만 지난해 수출 실적이 좋았던 반도체와 의약품이 끌어올렸다. 제조업 생산은 2023년의 경우 반도체 업황 부진으로 2.6% 감소했으나 지난해 4.4% 늘며 증가세로 전환했다. 설비투자는 반도체제조용기계 등 기계류(2.9%)와 운송장비(7.8%) 등에서 모두 늘어 4.1% 늘었다.

공미숙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생산 부분은 괜찮은데 지출이 따라가지 못하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건설투자 부진이 지속되는 가운데 소매판매 회복이 지연되고 있다”며 “18조 원 경기 보강을 신속 추진하고 추가 지원 방안을 강구하는 한편 2월 수출전략회의를 통해 비상수출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박수진·전세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