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전쟁 포문 연 트럼프… ‘관세장벽 → 수출통제’ 무기 바꾸나

관세, 미국 소비자 부담 ‘역풍’에
멕시코·캐나다 부과조치 유예
기술 수출통제로 선회 가능성

4일부터 시행될 예정이었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멕시코·캐나다에 대한 관세 조치가 일시 유예된 상황에서 미국 내에서도 ‘트럼프식 관세정책’이 오히려 미국 소비자의 부담을 초래할 수 있다는 반발이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이 대미 무역 흑자국에 대한 고율·보편 관세를 부과하는 조치 대신 ‘수출통제’를 무역 전쟁의 또 다른 무기로 삼을 수 있고, 이 경우에도 한국의 수출에는 악영향이 예상된다.

정부 관계자는 이날 “무역·통상 전쟁의 핵심무기가 ‘관세장벽’에서 ‘수출통제’로 전환되는 조짐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최근 미국이나 중국은 반도체, 핵심 자원 등에 대한 수출통제를 강화하면서 무역 마찰 상대국의 공급망에 타격을 주고 포괄적으로는 자국의 첨단산업 경제안보까지 챙기려는 의도를 드러내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0일 취임과 동시에 멕시코·캐나다·중국에 대한 관세 부과를 예고하는 동시에 국무부와 상무부에 기존의 수출통제 체계를 검토해 ‘전략적 경쟁자 및 대리자로의 전략물자 이전’을 차단하도록 개선할 것을 지시하기도 했다.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무역안보관리원은 이 같은 조치에 대해 “수출통제의 목적이 기존의 전통적인 ‘대량파괴무기(WMD) 확산 및 군용 전용 방지’를 넘어 ‘기술 우위 확보’에 있음을 명시한 것”이라며 “자국의 첨단기술 보호 및 우려국의 기술토착화를 억제하는 수단으로 수출통제가 활발히 사용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분석했다. 중국도 희토류 등 핵심 광물에 대한 수출통제로 미국의 이 같은 조치에 맞서고 있다.

미국과 주요 대미 무역 흑자국 간의 관세 전쟁이 한국의 수출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처럼 수출통제 역시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정부 관계자는 “미국의 핵심기술을 활용한 제품이나 중국의 희토류를 활용한 제품이 각국의 수출통제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준희 기자 vinke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