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달러 시대엔 환헤지 대신 ‘환노출 ETF’… 작년 수익률 44%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게티이미지뱅크

■ 강달러 활용하는 재테크 방법들

환율 오르면 환차익까지 발생
헤지형보다 수익률 2배 넘기도

환전할 땐 시기 나눠 분할 매수
무료환전 여행특화카드도 필수

달러 ‘종신·연금’ 보험상품 관심
10년 이상 계약땐 이자 비과세

새해 들어 원·달러 환율이 1400원 중후반대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3분기까지만 해도 1300원대에 형성되던 원·달러 환율은 지난해 11월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을 계기로 1400원을 돌파하더니, 비상계엄 사태 및 탄핵 정국 여파로 1480원대까지 급등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9년 3월 이후 약 16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당분간 달러 강세 기조가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인 가운데 ‘킹달러 시대’에 가능한 재테크 방법을 알아봤다.

우선, 환전이 필요한 경우라면 분할매수를 통해 위험을 분산하는 것이 필요하다. 미국 유학생 자녀를 둔 부모들이나 해외여행을 계획하고 있는 여행자의 경우엔 달러매입이 필요한데, 달러당 원화 값 변동성이 큰 상황에서 환차익을 계산하기가 쉽지 않다. 필요한 최소 달러 금액을 계산해 매일 혹은 매월 일정 금액을 나눠서 달러를 매수하는 것이 환율 리스크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시중은행에서 ‘외화 입출금통장’을 개설하면 원화 값이 오를 때마다 조금씩 미리 환전을 해둘 수 있어 부담을 줄일 수 있다.

환전 수수료를 ‘0’으로 만드는 것도 필수다. 지난해 금융권에선 무료 환전을 내건 해외여행 특화카드 경쟁이 치열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앱으로 외화예금·선불금을 충전해, 해외에서 체크카드 등으로 결제하는 ‘외화 환전 서비스’의 일 평균 이용대금은 2023년 상반기 74억 원에서 지난해 상반기 197억 원으로 약 166% 증가했다. 수수료 없는 외화 송금 서비스도 있으니 활용해 볼 수 있다. 토스뱅크는 지난해 7월 외화통장 가입자 간 수수료 없는 외화 송금 기능을 선보인 바 있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강달러를 활용해 보다 적극적인 투자에 나서고 싶다면, 환노출 상장지수펀드(ETF)를 고려해볼 수 있다. 환노출형 ETF는 원·달러 환율 흐름을 그대로 반영하기 때문에 환율이 오를 때 환차익을 볼 수 있다. 사전에 고정한 환율 수준을 맞추는 환헤지형 ETF는 환율이 내릴 때 유리하지만, 상승기에는 달러를 원화로 환산해 얻는 수익을 기대하지 못한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국 대표지수인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500에 투자하는 상품 중 환오픈형 ‘KODEX 미국S&P500TR’은 지난해 수익률이 44.03%였는데, 환헤지형인 ‘KODEX 미국S&P500(H)’는 절반 수준인 21.70%였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100지수를 추종하는 ETF인 ‘TIGER 미국나스닥100’도 비슷한 상황이다. 지난해 12월 한 달간 관련 환노출형 상품이 4%가량 상승할 때, 같은 지수를 추종하는 환헤지형 상품은 0.5% 이상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증시에 직접 투자하는 ‘서학개미’들도 환차익 기대감이 크다. 국내 증시 부진으로 개인투자자들의 미국 증시 투자가 늘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 등에 따르면 2023년 말 100조 원(680억 달러)에 달했던 한국인의 미국 주식 보유 규모는 지난해 말 165조 원(1121억 달러)으로 65% 급증했다. 1월 말 기준 미국 주식 보유 규모는 약 2조5000억 원(17억 달러) 더 늘어난 167조 원(1138억 달러)을 기록했다. 미 증시에 투자자들은 종목의 주가가 그대로여도 환율이 급등하면 그것대로 환차익이 크고, 주가가 상승했다면 시세 차익까지 더해진다고 말한다.

달러 보험에 대한 관심도 계속 늘고 있다. 달러 보험은 보험료를 달러로 내고 만기 시점에 보험금도 달러로 돌려받는 상품이다. 일반 보험처럼 종신보험이나 연금보험, 저축보험 등 다양한 종류가 있다. 10년 이상 계약을 유지하면 이자 수익에 대해 비과세 혜택도 받을 수 있다. 외화 예금보다는 높은 이율을 제공하고 달러 강세 시 환차익까지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달러 보험은 환율이 오르던 지난해부터 인기가 커지기 시작했다. 지난해 연간 달러 보험 판매액은 9645억 원으로 전년(5631억 원) 대비 71%가 급증했다.

다만, 달러 보험에 대해선 전문가들은 보장에 초점을 맞추고 환차익은 장기적인 관점으로 봐야 한다는 지적을 한다. 달러 보험은 만기 보험금을 받는 시점에 달러 가치가 높아졌다면 이득을 보겠지만 반대로 달러 가치가 떨어져 있다면 손실을 볼 수 있는 구조다.

박정경 기자 verit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