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반도체법 52시간제 예외’ 오락가락… 진정성 논란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주한독일대사 만난 李 이재명(오른쪽)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6일 오전 국회에서 게오르크 슈미트 주한 독일대사를 접견하고 있다. 곽성호 기자

■ 이재명·민주 ‘우클릭’ 진통

민주 의원 “산자위에 판단 일임”
당대표실 “소속 위원 해석일 뿐”

집권플랜본부 ‘성장률 3%’ 제시
당 일각선 “MB 공약 연상” 비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연일 ‘우클릭’ 행보를 이어가고 있지만 당 안팎에서 반도체 특별법의 ‘주 52시간 근무 예외 조항’과 관련한 이 대표 발언의 진의를 둘러싼 해석이 엇갈리면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산업계 요구를 전향적으로 수용할 뜻을 시사했던 이 대표가 한발 물러설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민주당 집권플랜본부는 이날 보수 정부를 연상시키는 성장률 공약을 제시하는 등 정책 노선을 둘러싼 진통이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인 한 민주당 의원은 6일 통화에서 “이 대표가 ‘화이트칼라 이그젬션(고소득 전문직 근로시간 규율 적용 제외)’ 조항 포함 여부와 관련한 최종적인 판단 권한을 산자중기위에 일임할 것”이라며 “이 대표는 전날(5일) 수출기업 간담회에서 화이트칼라 이그젬션은 추후 논의하고 합의된 부분부터 통과시키는 ‘분리 처리’ 방안을 언급했다”고 밝혔다. 민주당 소속 산자중기위 의원들은 반도체 특별법에 주 52시간 예외 적용을 포함하는 것은 적절치 않은 만큼 환경노동위원회가 근로기준법의 틀 안에서 논의해야 한다는 기조를 고수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당 대표실 관계자는 “이 대표가 분리 처리 의도를 내비쳤다는 것은 산자중기위원들의 해석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조승래 민주당 수석대변인도 전날 밤 공지에서 “이 대표가 주 52시간을 제외한 반도체 특별법의 우선 처리를 제안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했다.

주 52시간 예외를 둘러싼 진통이 이어지면서 이 대표가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때와 달리 전향적 결단을 내리기 힘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 대표 측근은 “지금은 여러 의견을 듣는 단계로 결정된 것이 없다”고 했다.

민주당 비상설특별기구인 ‘월급방위대’는 사측이 우리사주조합에 주식을 매각하면 법인세와 양도소득세를 면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자녀가 두 명 이상이거나 부모를 부양하는 가구에 소득세율을 최대 3%포인트 인하하는 법 개정도 추진한다. 직장인과 중산층을 겨냥한 감세 정책을 통해 외연을 넓히겠다는 구상이다.

김민석 수석최고위원이 총괄본부장인 당 집권플랜본부는 이날 오전 신년 세미나를 열고 현재 1%대인 경제 성장률을 5년 내 3%대로 높이겠다는 공약을 제시했다. 미래핵심 기술 분야에서 100개의 유니콘 기업을 육성해 이 같은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구상이다. 다만 당 일각에서는 “과거 MB(이명박) 정부의 ‘747’ 공약을 연상시키는 성장 플랜”이라며 “우클릭에 치중하다가 지지층을 잃을 수도 있다”고 비판했다. 한편 이 대표는 오는 10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재차 촉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나윤석·민정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