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도 못내는 ‘한계기업’ 사실상 모든 업종으로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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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장사 19.5%는 ‘한계기업’

부동산업이 33%로 가장 높아
과학·기술서비스도 24% 넘어
한경협 “경기부진 장기화에
수출 주력산업 중심으로 타격”
기업 활력 제고 위한 대책시급

한국에서 이자조차 내지 못하는 ‘한계기업’은 부동산업 3곳 중 1곳, 전문·기술 서비스업과 도·소매, 정보기술(IT) 업종은 4곳 중 1곳, 숙박·임대업과 농업 등 1차 산업에서도 5곳 중 1곳에 달하는 등 거의 모든 산업 영역으로 확산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전문·기술 서비스업과 IT 업종에서는 8년 새 한계기업 비중이 20%포인트가량 급증하고, 제조업에서도 10%포인트 이상 늘어나는 등 주력 산업도 예외는 아니었다.

대외 불확실성과 경기 부진 장기화에 따른 판매 부진, 재고 증가 등으로 기업의 수익성이 크게 악화한 것이 주된 원인으로 지적되는 만큼 ‘기업 활력 제고’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6일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의 ‘주요국 상장사의 한계기업 추이 분석’에 따르면 한국의 한계기업은 업종별로 부동산업(33.3％), 전문·과학·기술 서비스업(24.7％), 도·소매업(24.6％), IT업(24.2％) 순으로 비중이 높게 나타났다. 한계기업은 ‘3년 연속으로 이자보상배율(영업이익/이자비용)이 1 미만’인 기업이다. 이들 기업은 영업이익으로 부채 상환은 물론 이자 갚을 능력도 없는 상태다.

이 외에도 예술·스포츠·여가 분야와 사업시설관리 및 임대, 숙박 및 음식점업, 농업·임업 및 어업 등도 한계기업 비중이 20%를 넘어섰다. 상장사 중 이자보상배율이 높을 수밖에 없는 금융 및 보험업과 모수 자체가 적은 협회 및 단체, 수도·하수업종에서만 한계기업이 없었다. 사실상 국내 산업 전 분야에서 한계기업이 속출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수출 주력산업 분야 타격은 더 큰 것으로 보인다. ‘전문 과학 및 기술 서비스업’은 한계기업 비중이 2016년 4.0%에서 2024년 3분기 24.7%로 20.7%포인트나 급증했다. IT업의 한계기업 비중도 같은 기간 4.5%에서 24.2%로 19.7%포인트 올랐다. 이 외에 제조업(7.4%→18.1%)도 10.7%포인트, 도매 및 소매업(15.0%→24.6%)도 9.6%포인트 증가했다.

대기업보다 중소기업 비중이 높은 코스닥 시장의 한계기업 비중은 23.7%로, 코스피(10.9%)보다 더 높게 나왔다. 한경협은 경기 부진 장기화에 따른 타격을 중소기업이 크게 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최근 8년간 한국 전체 한계기업 비중 증가 폭(12.3%포인트)은 미국(15.8%포인트)에 이어 두 번째로 높지만, 미국의 경우 급격한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영향이 큰 것으로 추정된다. 상대적으로 완만한 기준금리를 유지했던 한국이 사실상 한계기업 증가 폭이 주요국 중 가장 가팔랐던 것으로 분석되는 이유다. 실제 같은 기간 다른 국가의 한계기업 증가 폭을 보면 영국 6.9%포인트, 프랑스 5.4%포인트, 일본 2.3%포인트, 독일 1.6%포인트 등으로 한국과 차이가 컸다.

또한 미국은 한계기업이 높지만 활발한 혁신 생태계로 신성장 기업이 우후죽순 생겨나는 것과 달리, 한국은 취약한 혁신 생태계로 인해 창업이 줄고 폐업은 늘어나는 상황이다.

한국의 경우 2024년 1∼9월 폐업한 스타트업은 144곳으로, 2020년 이후 가장 많았다. 2024년 상반기 창업기업 수 또한 62만2760개로 전년 동기 대비 4.3% 감소했다. 이는 고용에도 영향을 미쳐 지난해 1∼8월 국내 스타트업 입사자 수는 총 6만3758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4.2% 줄었다.

한경협은 한국의 한계기업이 주요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빠르게 증가한 것은 경기 부진 장기화에 따른 판매 부진·재고 증가로 기업의 수익성이 크게 악화한 데 기인한 것으로 풀이했다. 극심한 내수 부진과 미국 도널드 트럼프 2.0에 따른 수출 불확실성으로 경영 압박이 크게 가중하고 있는 상황인 만큼 기업의 활력을 제고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용권 기자 freeus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