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육아’ 세상 열리고 있으니 휴직도 이젠 당당히 쓰세요”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김기탁(가운데) 아빠육아문화연구소 소장이 지난해 11월 30일 보건복지부 ‘100인의 아빠단’ 멘토단 해단식에서 받은 감사장을 들고 자녀들과 환하게 웃고 있다. 김기탁 씨 제공

■ 남성 첫‘서울시 성평등상’김기탁 아빠육아문화연구소장

“배우자 출산휴가 확대 시행은
남성의 가정 돌봄비중 높일 것

남성 육아휴직 3개월 의무화하고
세제혜택·재정지원 등 강화를”

“남성의 가정 내 돌봄 비중을 높이는 데 핵심인 배우자 육아휴직을 3개월간 의무적으로 쓸 수 있도록 해 저출생 추세 반등의 모멘텀으로 삼아야 합니다.”

오는 23일부터 배우자 출산휴가가 현행 10일에서 20일로 확대된다. 사실상 배우자도 1개월 정도 출산휴가를 써서 갓난아이를 아내와 함께 돌볼 수 있도록 의무화한 것이다. 하지만 이 정도로는 안 된다는 게 김기탁(42) 아빠육아문화연구소 소장의 주장이다. 그는 6일 문화일보와의 전화인터뷰에서 “육아는 경험치가 중요한 만큼 모든 기업을 대상으로 남성 육아휴직을 최소 3개월간 의무화하는 조치가 필요하다”며 “기업 매출 규모가 작은 소기업이더라도 3개월간의 직원 업무 공백을 메울 수 있도록 고용노동부에서 세제 혜택과 휴직 대체인력 관련 수당을 늘리는 등 제도적 뒷받침을 해줘야 한다”고 밝혔다.

김 소장은 정부가 2030년까지 남성 육아휴직 사용률을 70%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한 것에 대해 “남성 육아휴직이 활발한 기업은 업무 효율성이 높아지고, 커뮤니케이션 능력도 향상된다”며 “정보력이 빠른 아빠들의 육아 커뮤니티가 늘어날수록 사회 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배우자들이 아이를 돌보는 시간이 길어지는 만큼, 남성들이 주 양육자가 될 기회가 늘어날 것”이라고도 밝혔다. 세 아이의 아빠인 김 소장은 과거 대기업에 다니다 육아휴직 사용에 어려움을 겪으며 퇴사한 뒤, 프리랜서로 일하며 아빠 육아 인식개선 활동을 하고 있다. 육아 문화 활성화에 대한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해 9월 남성 최초로 ‘서울시 성평등상’ 대상을 받기도 한 김 소장은 “대한민국 저출생 문제 해결의 열쇠는 기업이 쥐고 있다”고 했다. 그는 “자녀 1명당 출산장려금 1억 원을 지급한 부영그룹 같은 ‘퍼스트 펭귄’ 역할을 맡는 기업이 더 늘어나야 한다”며 “포스코에서 ‘육아휴직’이라는 용어를 ‘육아 몰입기간’으로 바꾼 것처럼 기업에서 시대의 변화에 맞춰 명칭을 변경하는 게 부정적인 양육문화 인식을 바꾸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올해부터 육아휴직 월 급여가 최대 250만 원으로 상향되고, 부모가 1년씩 사용하던 육아휴직 기간이 각각 1년 6개월로 늘어나는 게 일·가정 양립 문화를 확산시키는 데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봤다. 다만 남성 육아휴직은 의무화가 되지 않으면 직장 내 눈치 때문에 실효성이 약하기에 최소한 3개월은 의무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육아휴직이나 출산휴가로 고민하는 아빠들에게 “내가 2016년에 퇴사할 때 ‘미쳤냐, 남자가 무슨 육아냐’고 했던 남성 지인들이 최근 육아휴직을 쓴다는 소식을 전해온다”며 “속도는 느리지만 ‘아빠 육아’의 세상이 열리고 있으니, 더 당당해지자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했다.

김선영 기자 sun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