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학서 졸업까지 ‘시험 지옥’ … 도서관은 날마다 학생으로 만원[송종훈의 백년前 이번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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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종훈의 백년前 이번週

겨울 차가운 바람과 함께 찾아오는 것이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각 학교의 입시가 매서운 추위처럼 수험생들을 떨게 하게 하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인 듯하다. 100년 전 수험생들의 모습을 한번 찾아가 보자.

1926년 2월 12일 조선일보를 보면 “졸업에서 입학까지 시험에 머리를 앓는”이란 제목의 기사가 실린다.

2월도 이미 열흘이 지나고 신학기도 앞으로 50일밖에 남지 아니하였다. 각 학교의 졸업할 학생은 졸업시험 준비에, 진급할 학생은 학년시험 준비에, 졸업한 후 상급학교에 입학하려는 학생들은 졸업시험보다도 입학시험 준비에 밤낮을 헤아리지 않고 책장을 향하여 끙끙대는 모양이다. 이에 따라서 시내에 단둘밖에 없는 인사동 경성도서관과 명치정(明治町·지금의 명동) 부립도서관에는 매일 아침 개관 시간만 되면 만원이 되어 여간 부지런으로는 들어갈 차례가 되지 못하는 모양이다. 인사동 경성도서관의 성적을 들어보면 이달 초하룻날에 개관한 이래 지난 9일까지 3400명으로 매일 평균 330여 명의 입관자가 있었으며, 매일 만원으로 인하여 그냥 돌아가는 사람도 많다는데 요사이는 거의 전부가 학생인 것만 보아도 그들이 시험이라는 난관으로 인하여 얼마나 애쓰는 것을 넉넉히 짐작할 수가 있겠다더라.

매일 학생들로 만원이 된 경성도서관은 어떤 곳인가. 3·1운동 이후 문맹이 줄어들고 도서관의 필요성도 높아졌지만, 종람소(縱覽所·신문이나 잡지 등을 갖추어 놓고 누구나 마음대로 볼 수 있게 한 곳)라는 신문이나 잡지 열람소만 있었다. 이후 조선인에 의해 제대로 된 사립도서관이 종로구 가회동의 조선귀족회 소유 취운정(翠雲亭)에 처음 들어섰는데 그때의 모습을 1920년 11월 29일 매일신보를 통해 알 수 있다.

27일 오후 1시부터 취운정에서 개회사와 윤익선 씨의 설립 사항 보고와 내빈 축사가 있었는데, 이승우 씨를 위시하여 7∼8인의 축사가 있었고 박일병 씨의 답사가 있은 후, 주악(奏樂·음악 연주) 소리 속에서 다과회로 인도되어 솔나무 밑 산언덕으로 올라가서 취미(臭味·냄새와 맛) 있는 다과회를 마쳤다. 이후 오후 3시에 산회(散會)하였는데, 내빈은 300여 명으로 학생은 수천 명을 이루었고 내빈 중에서 관우(館友·도서관 회원)가 되겠다고 서명한 사람이 거의 전부에 달하였더라.

그 후 경비 곤란으로 1924년 10월부터 폐관했던 경성도서관은 각 학교의 입학시험 준비 시기에 있는 이때에 학생들에게 하루라도 속히 편리를 도모해 주기 위하여, 우선 학생들의 관람에 한하여 1925년 2월 1일부터 다시 개관하게 되었다.

19세기발전소 대표

※ 위 글은 당시 지면 내용을 오늘의 독자들이 이해할 수 있게 풀어서 옮기되, 일부 한자어와 문장의 옛 투를 살려서 100년 전 한국 교양인들과의 소통을 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