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가자 일부, 중동국가에 나눠줄 수 있다”

“美가 매입·소유 전념” 밝히며
반대 큰 중동에 ‘당근책’ 제시

이軍, 넷자림 회랑서 완전 철수

워싱턴=민병기 특파원 mingming@munhwa.com

중동을 포함한 세계 각국의 격렬한 반발에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가자지구 소유 및 개발’ 구상을 밀어붙이고 있다. 가자지구 토지의 일부를 중동의 다른 국가에 줄 수 있다며 반대가 큰 중동을 향한 ‘당근’을 꺼내는가 하면, 팔레스타인 난민의 미국 입국 가능성까지 열어뒀다. 트럼프 대통령의 구상에 적극 찬성하고 나선 이스라엘은 가자지구를 가로지르는 ‘넷자림 회랑’에서 완전히 철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9일 미국프로풋볼(NFL) 결승전인 슈퍼볼을 관람하기 위해 뉴올리언스로 향하는 대통령 전용기(에어포스 원) 안에서 가진 기자들과의 약식 회견에서 “가자지구 재건을 위해 가자지구의 토지 구역들을 중동의 다른 국가에 줘서 재건하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가자지구를 매입해 (미국이) 소유하는 데 전념하고 있다”며 가자지구 구상을 재확인하면서 “가자지구를 미래 발전을 위한 좋은 장소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우디아라비아 같은 “중동의 다른 매우 부유한 국가들”이 돈을 대기를 바란다면서 그가 팔레스타인 주민 이주 국가로 지목한 이집트와 요르단의 협력도 바란다고 재차 강조했다. 그는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와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과 만나겠다”며 자신과 대화한 뒤 “중동 국가들이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이주를 수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우디는 이슬람 수니파의 ‘맹주’ 격인 국가이고, 이집트는 요르단과 함께 트럼프 대통령이 팔레스타인 주민 이주 국가로 언급한 곳으로 중동 지역에 영향력이 큰 국가다. 트럼프 대통령은 11일엔 백악관에서 요르단의 압둘라 2세 국왕과 정상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들을 언급하며 직접 만나겠다고 밝힌 것은 자신의 구상에 대한 중동의 반발이 거세 자칫 중동 평화 구상 전체가 어그러질 우려가 나오기 때문이다.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영구 이전을 두고 ‘인종 청소’라는 비판이 제기되는 것을 염두에 둔 듯 트럼프 대통령은 가자지구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돌보고 그들이 살해당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했으며, 개별 사례 검토를 통해 팔레스타인 난민을 미국으로 입국시키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스라엘군은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 휴전 협정에 따라 넷자림 회랑에서 완전히 철수했다고 이스라엘 매체들이 이날 보도했다. 넷자림 회랑은 지중해에서 반대편 이스라엘 국경까지 이어지는 길이 약 6㎞짜리 통로로, 가자지구 남부로 피란한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북부 지역으로 돌아가려면 이곳을 통과해야 한다.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휴전 21일 차에 넷자림 회랑에서 완전히 철수하기로 합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