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지는 ‘尹 탄핵 반대’ 집회, 걱정되는 정치적 내전 불씨[사설]

12·3 계엄 사태 이후 두 달 남짓 지나면서 국민 여론이 급격히 바뀌고 있다. 여러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이 더불어민주당을 앞서고, 계엄 사태 이전에 20%를 오르내리던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은 40%를 훌쩍 넘기는 특이한 현상까지 나타났다. 이런 분위기는 윤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 참가자 확대로 구체화하는 양상이다. 지난 8일 대구 동대구역 광장에서 기독교 단체 ‘세이브 코리아’가 주최한 집회에는 5만2000여 명(경찰 추산)이 운집했다. 1일 부산역 집회에 비해 4배 급증했다. 기독교 단체 신자뿐 아니라 일반인이 적극 참여하고, 2030세대 참여도 크게 늘었다고 한다. 이번 주말인 15일엔 광주 금남로, 3·1절엔 서울에서 집회를 열겠다고 예고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독려에도 ‘탄핵 찬성’ 집회는 이런 탄핵 반대 집회에 크게 못 미쳤다. 8년 전 박근혜 대통령 탄핵 때와는 정반대 현상이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윤 대통령에 대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무리한 수사,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절차의 공정성 의문 등이 가장 큰 요인이다. 조기 대선이 현실화할 경우, 야권 후보로 유력한 이 대표에 대한 ‘포비아(공포)’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압도적 국회 의석을 바탕으로 무슨 일을 할지 모른다는 우려다. 동대구역 집회에서 연설한 한국사 강사 전한길 씨는 “윤 대통령 지지율이 60%를 넘으면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은 100% 기각된다”고 주장했다.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대구·부산 등 보수 성향이 짙은 영남 지역에 국한된 현상으로 치부하기 힘들다. 동대구역 집회에는 국민의힘 의원 11명과 이철우 경북도지사도 참석했다. 탄핵 찬반 여론의 격차도 크게 줄어들면서 엇비슷해지는 흐름을 보인다. 여의도 정치의 실패가 국민 분열의 불쏘시개 역할을 한다. 정치·사회적 갈등 해소는커녕 되레 부추기고 있다. 민주주의의 마지막 보루인 사법부와 헌재에 대한 불신도 급격히 높아졌다. 헌재의 탄핵심판이 어떤 식으로 결론이 나든, 국민 절반은 불복하는 ‘정치적 내전’ 상황이 벌어질 수 있는 위험한 상황이다. 또다시 서울서부지법 난동 사태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헌재와 사법부는 공정성에 흠결을 남기지 말아야 하며, 정치권은 장외 선동과 내란 몰이를 멈춰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