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대통령 형사재판 시작 전에 쏟아진 ‘탄원서’ 2100여건

■ 20일 ‘내란 우두머리 혐의’ 첫 재판… 지지층 ‘여론전’

“윤대통령 석방” “계엄 정당”
무죄주장 탄원·진정서 빗발
헌재에도 10만여건 제출돼

일각 “윤, 위법수사 거론하며
결집 유도… 이재명과 비슷해”

윤석열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첫 형사재판이 시작되기도 전에 담당 재판부에 탄원서 2100여 건이 접수되는 등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재판을 유리하게 이끌기 위해 재판부 압박에 나섰다. 윤 대통령 지지자들의 탄원서 공세는 앞서 윤 대통령과 여권이 강도 높게 비판해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사법리스크 재판 상황과 유사한 양상을 보인다는 지적도 나온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25부(부장 지귀연)에는 이날 오전 10시 기준 탄원서 2156건이 접수됐다. 진정서를 포함할 경우 탄원서 접수 건수는 훨씬 더 많게 된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달 26일 내란 혐의로 구속기소 돼 오는 20일 첫 공판준비기일이 열린다. 탄원서는 윤 대통령이 지난 4일 재판부에 “불법구금 상태에서 재판을 받으면 방어권이 침해된다”며 구속취소 청구를 한 이후 쏟아지기 시작했다.

상당수 탄원서에는 ‘윤 대통령 석방’ ‘윤 대통령에 대한 구속취소’ 등을 명시적으로 요청하는 내용도 담겼다. 대부분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가 정당했다며 그의 무죄를 주장하는 내용으로 알려졌지만, 선처가 아닌 엄벌을 구하는 내용의 탄원서가 섞였을 가능성도 있다.

재판이 시작되기도 전에 무죄 선고 요구 취지 탄원서가 쏟아지면서 재판부 부담은 가중될 것으로 전망된다. 법조계에서는 검찰총장 출신 윤 대통령이 사법절차를 충실히 따르기보다 장외여론을 재판에 이용한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윤 대통령이 본 재판에서 지지층과 함께 법원 안팎에서 위법 수사·부당재판 논란을 제기하면서 재판부 흔들기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한 로스쿨 교수는 “불복성 위법 수사·재판 의혹을 제기하면서 지지자 결집을 조장 또는 방조하는 모습이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 재판 대응 방식과 비슷하다”며 “단체 등 세력이 조직적으로 개입했을 가능성이 있어 탄원서의 순수성도 떨어진다”고 분석했다. 반면 한 형사 전문 변호사는 “일반재판에서는 탄원서 효과가 미미하지만, 피해자가 직접 낸 탄원서의 경우에는 무게를 두고 양형 등에 반영한다”며 “내란범죄 피해자가 다른 범죄와 달리 국민 다수라는 점을 고려하면 탄원서의 의미가 크다”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 탄핵심판을 진행 중인 헌법재판소에도 전날까지 탄원서 10만8500여 건이 제출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5일에는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이 김세의 가로세로연구소 대표·오상종 자유대한호국단 단장과 함께 온라인으로 모집한 탄원서 135만여 건을 헌재에 무더기 제출하기도 했다. 앞서 이 대표 지지단체인 더민주혁신회의도 지난해 11월 25일 이 대표 위증교사 1심 선고 직전, 온라인으로 모집한 탄원서 100만여 건을 재판부에 제출한 바 있다. 하지만 이름·주소·연락처만 적으면 바로 참여 가능한 형태여서 당시 신뢰성 논란이 일었다.

한편 윤 대통령 재판부는 구속취소 청구 심문기일을 오는 20일 오전 10시로 지정하고 이날 양측의 의견을 듣기로 했다. 윤 대통령 첫 공판준비기일과 같은 날, 같은 시각이다. 구속취소 청구가 받아들여지면 윤 대통령은 불구속 재판을 받는다. 기각되면 구속 상태가 유지되지만, 윤 대통령이 곧장 보석을 청구할 전망이다.

강한 기자 str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