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 ‘탄핵반대 집회 불허’에… “헌법상 보장된 권리 침해” 비판

강기정 시장 “극우를 위한 공간 없다”
5·18 광장서 ‘탄핵찬성 집회’ 는 허용
“반대 목소리 억압 이중잣대” 비판여론

광주시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반대하는 극우 성향 유튜버와 보수단체의 ‘5·18민주광장’ 집회는 불허한 반면, 탄핵 찬성 집회는 허용하는 ‘이중잣대’를 적용해 논란이 일고 있다. SNS에는 “민주주의의 꽃을 피운 곳에서 반대 목소리를 억압하는 게 무슨 민주주의냐”는 비판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11일 지역 정치권 등에 따르면 기독교계 보수단체인 ‘국가비상기도회세이브코리아’는 토요일인 15일 오후 광주 동구 금남로 앞 차로에서 윤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를 열 계획이다. 이 집회에는 부정선거 음모론을 제기한 유명 강사 전한길 씨 등 약 1000명이 참석할 것으로 전해졌다. 통상 광주 금남로 집회는 5·18민주광장을 중심으로 진행하는 것이 관례다. 그러나 광주시가 지난 5일 극우 유튜버가 신청한 5·18민주광장 사용을 불허하면서, 이 보수단체 역시 광장이 아닌 인근 2개 차로에서 집회를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기정 광주시장은 집회 불허 논란이 확산하자 이날 오전 “헌법 질서와 민주적 가치를 부정하는 극우의 선전·선동은 표현의 자유, 집회결사의 자유로 인정받을 수 없다”며 “5·18민주광장에 내란 선동 세력이 들어설 자리는 없다”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강 시장은 지난 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민주광장에 극우를 위한 공간은 없다. 절대 용납할 수 없다”는 글을 올린 바 있다. 박지원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SBS 라디오에 출연, “전한길 씨인지 뭐 김한길 씨인지는 모르지만 찾아갈 곳을 찾아가야지 5·18 거기가 어디라고 와서 하겠다는 것이냐”고 성토했다.

반면 15일 오후 예정된 윤 대통령 탄핵을 찬성하는 광주비상행동의 집회는 5·18민주광장에서 열린다. 이에 대해 광주시 관계자는 “극우 유튜버의 경우 심각한 사회적 갈등을 유발할 소지가 있어 관련 조례에 따라 사용을 불허한 것”이라고 말했다.

강 시장이 집회를 불허한다는 입장을 밝힌 뒤 전한길 씨는 한 종편 유튜브에 출연해 “시장으로서 ‘집회 오지 말라’고 말하는 건 진짜 독재”라며 “민주주의의 근간을 깨뜨리는 망언”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 한 시민도 강 시장의 페이스북에 댓글을 달아 “헌법에 명시돼 있는 집회의 자유를 짓밟는 것이 반민주적인 것”이라고 비판했다.

광주=김대우 기자 ksh430@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