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페이크 성범죄 예방 교육, 의무법령 없어 실효성 의문

정부가 인공지능(AI) 기반 이미지 합성기술인 딥페이크 성범죄 대응 점검회의에서 예방교육 강화 등 대책 이행 점검에 나선 가운데, 딥페이크 등 신종 폭력범죄 예방 교육 시행의 법적 근거가 없어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11일 여성가족부 등에 따르면, 딥페이크 성범죄 대응 범정부 태스크포스(TF)는 전날 개최한 성범죄 대응 점검회의에서 딥페이크, 교제폭력 등 ‘신종폭력 맞춤형 예방 교육’ 등 관련 이행상황을 점검하고 삭감된 국회 예산 확보작업에 나섰다. 하지만 신종폭력 예방교육은 4대 폭력 예방교육과 달리 교육을 강제할 법적 근거가 아직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공기관 및 각급 학교 등은 매년 폭력예방교육을 실시하고 그 결과를 다음연도 2월 말까지 여가부에 제출해야 하지만, 신종폭력 예방교육은 교육을 이행하지 않아도 페널티가 없다.

이에 일선 현장에서는 법적 의무가 없는 신종폭력 예방교육을 강제하면 각급 학교 학생들의 반발만 심화할 거라는 우려가 나온다. 대학생들은 해당 교육이 인권 침해라며 반발하거나, 중·고등학생은 교육내용을 조롱하며 ‘딥페이크 놀이’를 더 교묘하게 심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폭력 예방교육을 담당하는 한 대학 관계자는 “최근 20대 남녀 갈등이 심각한데 대학에서 딥페이크 관련 교육을 강제하면 일부 학생들이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에 문제 제기를 하는 방식으로 반발할 게 우려된다”며 “실제 일부 대학 실무자들 역시 학생 반발을 우려해 ‘신종폭력 예방교육을 적당히 하라’는 분위기가 조성됐다”고 밝혔다. 특히 중·고등학생을 중심으로 불법 딥페이크 제작이 놀이문화로 변질된 만큼, 일차원적인 예방교육이 수업 시수 채우기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명화 한국청소년성문화센터협의회 상임대표는 “중·고등학교에선 딥페이크 성착취물을 하청받아 만드는 딥페이크 놀이가 유행 중이고, 딥페이크 성범죄 가해자의 75%가 10대일 정도로 심각하다”며 “단순 교육보다는 학생들이 딥페이크 범죄의 피·가해성에 대한 경각심을 가질 만한 고차원적 커리큘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한편, 여가부 관계자는 딥페이크 성범죄 대응과 관련 “‘찾아가는 폭력예방교육’을 통해 디지털 성범죄 및 교제폭력 등 신종 폭력을 포함한 폭력예방교육을 지원하고 있다”며 “학교 내 딥페이크 성범죄 피해 발생 땐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디성센터)에 연계해 상담 및 삭제를 지원하는 등 교육부와도 지속 협력 중”이라고 밝혔다.

김선영 기자 sun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