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스 “인질석방 연기”… 이, 가자 병력 증강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석방 호소 10일 이스라엘 텔아비브 광장에서 하마스에 억류된 이스라엘 인질의 가족들이 “그를 집으로 데려와라”라고 쓰인 팻말을 들고 석방을 촉구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 휴전 발효 3주만에 ‘다시 전운’

하마스 “주민귀환·구호품 지연
이軍 의무 다하면 다시 교환 진행”
이스라엘 “협의 위반” 강력 반발
트럼프 “15일까지 석방” 압박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가자지구 휴전 발효 3주 만에 이스라엘 측의 합의 위반을 이유로 인질 석방을 무기한 연기했다. 이에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인근 주둔 병력을 증강했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5일 정오까지 모든 인질이 석방되지 않으면 휴전이 취소돼야 할 것”이라고 위협하면서 가자지구에 다시 전운이 고조되고 있다.

10일 타임스오브이스라엘 등에 따르면 하마스 군사조직 알카삼여단의 아부 오베이다 대변인은 이날 텔레그램 성명에서 “토요일(15일)에 풀어줄 예정이었던 시온주의자(이스라엘인) 인질 인도는 별도의 통지가 있을 때까지 연기된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3주간 적(이스라엘)이 합의 조건을 지키지 않는 것을 지켜봤다”며 “그들은 가자 북부 주민의 귀환을 늦추고 총을 쐈으며, 가자지구 여러 지역에서 구호품 지급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마스는 추가 성명에서 “점령군(이스라엘군)이 의무를 다하면 수감자 교환이 계획대로 진행될 가능성이 여전히 열려 있다”고 첨언했다.

하마스의 인질 석방 연기 발표에 이스라엘은 “협의 위반”이라며 즉각 반발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성명을 통해 “이스라엘은 (휴전) 합의를 존중하며 이를 위반하는 어떤 행위라도 심각하게 받아들인다는 점을 모든 인질 가족들에게 알렸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군은 전투병 등의 휴가를 중단하고, 준비태세를 강화하는 한편 가자지구 인근 병력 규모를 늘렸다. 이스라엘 카츠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가자지구에서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시나리오에 대비해 최고 수준의 경계 태세를 갖출 것을 군에 지시했다”고 말했다. 지난달 19일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의 휴전이 발효된 이후 가자지구에 남아 있던 97명의 인질 중 21명이 석방돼 현재는 76명이 억류돼 있는 상태다. 이 중 최소 34명은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하마스 인질 석방 연기 방침에 대해 휴전 취소를 내세우며 압박했다. 그는 만약 석방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온갖 지옥이 쏟아져 나올 것”이라며 위협 수위를 높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이날 방영된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자신의 가자지구 점령 구상에 대해 “미래를 위한 부동산 개발”이라고 묘사하며 가자지구를 떠난 팔레스타인인들이 고향으로 돌아오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요르단과 이집트가 팔레스타인 피란민들의 이주 수용을 거부한다면 양국에 대한 미국의 원조를 중단하는 방안도 생각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바드르 압델라티 이집트 외교부 장관은 이날 워싱턴DC에서 열린 마코 루비오 미 국무부 장관과의 회담에서 “가자 주민들을 내보내고 이 지역을 장악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계획에 반대하는 팔레스타인인들을 아랍 국가들은 지지한다”며 “팔레스타인의 권리에 대한 어떤 침해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박상훈 기자 andrew@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