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LTV 담합’ 의혹 재조사… 공정위, 신한·우리은행 현장점검

4대 시중은행 대출자료 공유
소비자 이익 부당 침해 지적

공정거래위원회가 첫 ‘정보교환 담합’ 사례로 주목되는 4대 주요 은행의 주택담보대출비율(LTV) 담합 의혹 재조사에 착수했다.

12일 업계 등에 따르면 공정위는 이날 신한은행 본사에 조사관을 보내 현장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 10일부터는 우리은행 본사도 조사했다.

이번 현장조사는 공정위가 앞서 재심사 명령을 내린 ‘4대 시중은행의 부당한 공동행위에 대한 건’에 대한 재조사의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공정위는 KB국민·우리·신한·하나 등 4대 시중은행이 약 7500개에 달하는 LTV 자료를 공유하는 과정에서 금융 소비자 이익을 침해했다고 봤다. LTV는 은행이 부동산을 담보로 돈을 빌려줄 때 대출 가능한 한도를 나타내는 비율로 이 정보를 공유하면서 4대 은행 간에 담보대출 거래 조건을 짬짜미해 대출 시장 경쟁이 제한됐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은행들은 단순히 정보만 교환했을 뿐 이는 담합이 아니며 이 과정에서 은행들이 취한 부당이득도 없었다고 반박해왔다. 정보를 공유한 뒤에도 은행별 LTV에서 일정 부분 차이가 있다는 점을 들어 경쟁이 제한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앞서 공정위는 지난해 11월 13일과 20일 두 차례 전원회의를 열고 이를 안건으로 상정한 바 있다. 그러나 공정위 위원들이 재심사 명령을 내리면서 제재 여부와 수위 등 발표가 뒤로 미뤄진 상태다. 이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세밀한 부분까지 고려해서 결정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공정위 관계자는 “재심사가 아주 이례적이진 않다”며 “최근 심의가 마무리된 삼표 부당지원 사건도 재심사 이후 재상정해 제재가 이뤄졌다”고 말했다. 이번에 공정위가 4대 은행 제재를 확정하면 지난 2020년 공정거래법 개정 후 신설된 ‘정보교환 담합’을 처음으로 적용한 사례란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한편 금융권에선 공정위가 추후 국민·하나은행 조사에도 나설 것으로 보고 있으며 전원회의 등 추후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다.

이승주 기자 joo47@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