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도 與 원내대표도 온통 야당 탓, 집권 책임 잊었나[사설]

윤석열 대통령이 탄핵소추되고 구속 기소된 상태이지만, 엄연히 집권 세력은 윤 정부와 국민의힘이다.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된 상태라면, 더욱 열심히 국정을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할 텐데, 온통 야당 탓을 하는 등 정반대 행태를 보이고 있어 개탄스럽다. 여소야대와 거대 야당 폭주라는 불리한 정치 환경을 극복하는 것도 여권의 책무다. 역대 정권에서 ‘3당 합당’ ‘DJP 연합’ ‘대연정’ ‘거국 내각’ 등이 실행되거나 검토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윤 대통령은 11일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제7차 탄핵심판 변론에서 “야당은 무려 178회에 걸쳐 퇴진과 탄핵 요구를 했다”며 “대통령이 시정연설을 하면 얘기 듣고 박수 한 번 쳐 주는 게 대화와 타협의 기본이다”고 했다. 연쇄 탄핵소추, 예산 삭감 등으로 어쩔 수 없이 계엄을 선포했다는 입장이다. 이재명 대표 방탄과 민주당 횡포가 도를 넘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야당이 입법 횡포를 자행한다면, 대통령은 거부권으로 맞설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이라면 지난해 4·10 총선에서 여당이 반드시 승리했어야 하고 총력전을 펼쳤어야 했다. 그러나 이날 신원식 국가안보실장의 증언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이미 총선 전 3월 말부터 ‘비상한 조치’를 언급했다고 한다. 총선 악재인 의대 2000명 증원, 김건희 여사 문제 등을 해결하긴커녕 계엄으로 해결하려 한 것은 정치를 포기한 것과 다름없다.

권성동 원내대표도 이날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21세기 대한민국에서 납득할 수 없는 비상조치가 왜 내려졌는지 따져봐야 한다”고 했다. 계엄 사태에 대한 책임은 통감한다는 짧은 사과에 이어 연설의 대부분은 야당 책임에 할애했다. 지금 연금개혁·의료개혁 및 관세 전쟁 등 국정 과제가 산적해 있다. 해결책을 찾기 위해 전력을 다하고 야당 협력을 견인해 내려 애쓰는 모습을 보여도 부족할 텐데, 여야가 뒤바뀐 느낌을 줄 정도로 무책임하게 비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