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활성화법 줄줄이 뭉갠 野, ‘잘사니즘’ 간판 내리라[사설]

더불어민주당의 반대로 경제 활성화 법안들이 줄줄이 멈춰 섰다. 11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조세소위원회에서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 등의 처리가 거대 야당의 반대로 무산됐다. 다양한 금융 상품에 투자할 수 있는 ‘만능 통장’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의 세제 혜택 확대는 없던 일이 됐다. 중소·중견기업이 가업 상속을 포기하는 일이 없도록 상속세 공제 한도를 늘려주는 상속·증여세법 개정도 야당 반대에 직면했다. 배당 확대 기업과 주주의 법인세·소득세를 깎아주는 ‘주주 환원 촉진 세제’ 신설은 상정되지도 못했다. ‘부자 감세’ 도그마가 심각하다.

애초 여야가 지난해 11월 잠정 합의한 세법 개정안 44개에 포함됐던 것들이다. 계엄 사태로 인해 논의가 중단됐을 뿐인데, 이제 와서 민주당은 “간사 간 협의는 법적 구속력이 없다”며 딴소리를 하고, 그중 12개에 제동을 걸고 나왔다고 한다. 이재명 대표가 지난달 “자본시장 선진화로 ‘K디스카운트’가 해소되는 원년으로 만들자”고 한 게 무색하다. 조세 체계 합리화 차원에서 추진해 온 상속세 개편 논의도 멈췄다. 생색내듯 반도체 기업의 투자세액공제율을 5%p 상향하는 ‘K칩스법’만 통과됐다.

하지만 반도체특별법의 핵심인 ‘연구·개발직의 주 52시간 예외’도 길을 잃었다. 긍정적 반응을 보이다가 노동계와 당내 반발에 직면한 이 대표는 이날 ‘총노동시간을 늘리지 않고, 연봉 1억5000만 원 이상 고액 연봉자가 동의하는 경우 연장·심야·주말 수당을 지급하는 조건으로, 건강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라는 조건을 달았다. 사실상 하지 말자는 것이다. 지난 10일 국회 대표연설에서 “당력을 총동원해 회복과 성장을 주도하겠다”면서 “모두가 함께 잘사는 세상, 잘사니즘”을 제시했다. 그러나 당장 필요한 법안들은 내팽개치고 있다. ‘잘사니즘’ 간판부터 내리는 게 옳다. 그래야 정직하단 말이라도 듣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