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숨 돌린 미·일정상회담…韓,‘북핵 억제’ 최선의 방안 확보 급선무[Deep Re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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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원곤의 Deep Read - 미·일정상회담과 한국

트럼프, 이시바와 동맹국 방위공약 준수 재확인…‘북한 비핵화·한미일 안보협력’ 합의 수확
지도력 부재의 한국, 우려 덜었지만 도전 과제도 많아… 美 안보공약 약화 방지 진력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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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개최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일본 총리의 미·일 정상회담은 여러모로 주목받았다. 한국으로서는 여러 우려가 해소된 회담이지만 도전 요인 역시 적지 않다. 가장 중요한 것은 미국이 비용을 이유로 북한 핵 위협에 대한 안보 공약을 약화하지 않도록 막아내는 것이다.

◇인·태전략 재천명

트럼프는 첫 정상회담으로 미국과 특수관계인 이스라엘을 선택한 후 두 번째로 미국과 동맹관계이며 보다 일반적 국가인 일본을 택해 정상회담을 개최했다. 미국의 동맹국들은 1기 때보다 더 거칠어진 트럼프의 비용편익 동맹관이 어떻게 구현될지 촉각을 세웠다. 현재 정치 리더십이 부재한 한국은 미·일 정상회담을 통해 트럼프의 대 한국 동맹정책을 가늠하기 위해 더욱 집중했다.

한국과 일본은 미국의 동맹국으로서 유사점이 많다. 양국은 북한의 핵 위협에 온전히 노출돼 미국의 확장억제에 의존한다. 미군이 배치된 국가 중 유이(唯二)하게 주둔군지위협정(SOFA)의 예외조항인 특별협정(SMA)을 통해 비용 일부를 보존한다. 미국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 견제를 위해 동원해야 할 핵심 동맹국이기도 하다. 따라서 이번 미·일 정상회담 결과가 향후 트럼프 행정부 하의 한미동맹에 적지 않은 함의를 줄 수 있었다.

미·일 정상회담에서는 우선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가 인도·태평양이란 지정학적 공간을 창출한 후 건축했던 전략이 보존됐다. 당시 트럼프와 합의해서 만든 ‘자유롭게 개방된 인·태전략’(FOIP)이 미·일 정상회담 첫 문단에 등장한다. 전략명이 그대로 유지됐다는 것은 기본 틀은 변치 않음을 의미한다.

인·태지역 내 미국이 양자 관계로 맺은 동맹국과의 방어 공약도 재확인됐다. 트럼프는 1기 때부터 동맹관계를 거래 비용적으로 접근하면서 방어 공약을 약화시켰다. 방위비 분담금 혹은 국방비를 인상하지 않으면 동맹 공약을 지킬 수 없다는 위협이 반복됐다. 그러나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일본의 사활적 안보 이해가 달린 센카쿠열도를 포함한 미·일상호방위조약 준수 의무를 확인했다. 트럼프는 반대급부로 일본의 방위비나 주일미군 지원비 증액을 요구하지 않았다. 큰 틀에서 인·태지역 내 방위공약이 준수될 가능성을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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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 견제와 북한 비핵화

미·일 정상회담 공동성명엔 중국 견제가 자세히 기술됐다. 트럼프의 양자 관계를 통한 동맹국 압박 성향과 조 바이든 행정부에 대한 반감으로 지난 2023년 8월 캠프데이비드 합의로 출범한 한·미·일 협력이 기능 정지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됐지만, 이번 공동성명에서 유지가 선포됐다.

사실상 중국 견제를 의미하는 ‘자유롭게 개방된 인·태전략’을 이행하는 수단으로 쿼드, 한·미·일, 미·일·호주, 미·일·필리핀 협력체 등이 언급됐다. 트럼프가 이들을 보다 노골적으로 중국 견제를 위해 활용할 가능성이 크지만, 3자 관계는 다자체제이므로 각국의 이해를 조정할 여지가 있다. 일대일 관계보다는 트럼프가 일방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공간이 줄어든다는 의미이다.

한국으로서 가장 고무적인 정책은 북한 비핵화와 북한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한·미·일 안보협력이다. 지난 1월 20일 취임식 날 트럼프와 1월 24일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의 ‘핵무장국’(nuclear power)이라는 표현이 북한 핵을 인정하는 것이 아님을 행정부 출범 이후 공식 문건으로 최초 확인했다. 특히 공동성명은 ‘한반도 비핵화’라는 모호한 개념이 아닌 ‘완전한 북한 비핵화’로 명명했다. 한반도 비핵화는 북한이 주장해 온 ‘조선반도 비핵화’와 혼용될 위험이 있다. 이번 발표로 미국은 한국에 제공하는 확장억제를 철회하거나 주한미군 철수까지 포함된 조선반도 비핵화가 아닌 북한 핵 능력을 완전히 제거하는 북한 비핵화가 목표임을 확인했다.

공동성명에 포함된 핵을 포함한 북한 위협을 기존 한·미·일 협력을 통해 대응하겠다는 방침은 억제 효과가 크다. 북한의 김정은은 지난해 11월 한·미·일 협력을 “3각 군사 공조”라고 비판했다. 대상이 되는 북한, 특히 최고 지도자가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한·미·일 협력의 억제 효과가 있음을 방증한다.

◇한국의 도전 과제

미·일 정상회담이 한국에 주는 도전 요인도 적지 않다. 우선 정치 리더십 공백으로 한·일 관계 정상화의 상승효과를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한·일 관계가 복구된 이래 미국을 상대로 한 한국과 일본의 외교는 상호보완적이다. 대표적인 예로 2022년 1월과 4월 워싱턴에서 개최된 미·일 정상회담과 한·미 정상회담은 큰 틀을 공유하면서 협력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공동성명을 작성했다. 이번 미·일 정상회담 직후 한·미 정상회담이 개최됐다면 한국은 앞선 미·일 합의를 근거로 더 발전된 형태의 한·미 공동성명을 도출할 수도 있었다.

미·일 정상회담에서 일본의 방위비 분담 증액은 별도 조건 없이 회계연도 2027년까지 두 배로 늘리는 수준으로만 언급됐다. 트럼프가 나토 동맹국에는 국내총생산(GDP)의 5%로 국방비 증액과 우크라이나 전비를 요구하는 것에 비해 압박의 강도가 크지 않다. 그러나 트럼프는 이미 한·미가 지난해 10월 체결한 12차 방위비특별협정에 불만을 표명한 바 있고, 특히 1기 때 한·미 연합훈련과 전략자산 전개 비용을 요구했다는 점에서 국방비 증액과는 별개로 비용 청구를 해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지난 1년 반 동안 한·미가 발전시켜온 확장억제의 두 축은 ‘연합훈련’과 ‘전략자산 전개’이다. 미국의 전략자산은 이전과는 달리 ‘맞춤형 확장억제’와 ‘핵 및 재래식 전력 통합’(CNI) 에 따라 정교한 전개가 이뤄지고 있다. 따라서 트럼프가 여기에 비용을 청구한다면 북한 핵 위협에 대한 확장억제가 훼손될 수 있다.

리더십 공백 속에서도 한국은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미국은 행정부가 공식 출범하면 최소 3개월에서 6개월간 정책 검토를 시행한다. 한국 각 부처는 이 정책 검토에 한국의 입장이 최대한 반영되도록 뛰어야 한다. 특히 트럼프가 비용을 이유로 북한 핵 위협에 대한 안보 공약을 약화하지 않도록 막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최선의 방안

최선의 방안은 일본과 유사하게 국방비 증액을 약속하는 대신 12차 특별협정 재협상이나 연합훈련과 전략자산 전개 비용 요구는 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이것이 어렵다면 주한미군 주둔 비용 인상도 고려해야 한다. 그런데도 트럼프가 확장억제를 약화시키면 한국은 북핵에 대한 자체 대응을 포함한 모든 선택지를 열 수밖에 없음을 미국에 설득해야 한다. 중요한 시기이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

■ 용어 설명

‘캠프데이비드 합의’는 2023년 8월 18일 미국 캠프데이비드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회의에서 가진 합의. 한·미·일 3국이 중국 세력 팽창에 맞서 다차원적 협력을 벌여나가겠다는 점을 천명.

‘FOIP’, 즉 자유롭게 개방된 인도·태평양 전략은 아베 신조가 2016년 8월 아프리카개발회의에서 제안한 것. 중국의 강대국화에 따른 국제질서의 변동에 대응하기 위한 개념이자 전략 및 구상.

■ 세줄 요약

인·태전략 재천명 : 미·일정상회담은 한국으로서는 여러 우려가 해소된 회담임. 큰 틀에서 아베가 건축했던 ‘자유롭게 개방된 인·태전략’이 보존됐으며, 역내 미국-동맹국 간 방위공약이 준수될 가능성을 높인 회담임.

대중 견제와 북한 비핵화 : 트럼프-이시바 회담은 또 대중 견제 및 이를 위한 한·미·일 3자 파트너십의 중요성을 재확인. 특히 ‘한반도 비핵화’라는 기존의 애매한 표현 대신 ‘북한 비핵화’를 명명했다는 점은 큰 수확.

한국의 도전 과제 : 정치 리더십 공백인 한국은 캠프데이비드 합의 이후 발전시켜온 북핵 위협에 대한 확장억제가 훼손되지 않게 해야. 트럼프가 비용을 이유로 안보 공약을 약화하지 않도록 막아야 할 과제 부여받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