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 쪼여 뇌 속 ‘별세포’ 자극해 뇌졸중 후 운동기능 회복한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빛 자극을 통해 뇌 속 별세포의 칼슘 신호를 유도하는 모습. 기초과학연구원 제공

뇌졸중 생쥐 실험 통해 운동 기능 회복 확인

흔히 ‘풍 맞는다’는 말로 일컬어지는 뇌졸중 이후 운동 기능 손상과 관련해 뇌 속 세포 신호를 조절함으로써 회복을 유도할 수 있다는 사실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밝혀졌다. 기존 치료 방식의 한계를 극복한 효과적 방법이라, 향후 다른 신경계 질환 치료에도 응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기초과학연구원(IBS)은 이창준 인지 및 사회성 연구단장 연구팀이 김형일 광주과학기술원(GIST) 의생명공학과 교수 연구팀, 허원도 카이스트 생명과학과 교수 연구팀과 함께 광유전학 기술을 활용해 별세포의 칼슘 신호를 조절함으로써 만성 뇌졸중 후 운동 기능 회복을 촉진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고 13일 밝혔다.

뇌졸중은 뇌혈관이 막히거나 터져 뇌세포가 손상되며 발생하는 질환으로, 생존하더라도 운동 기능이 손상돼 거동이 불편해지는 등 심각한 후유증이 남을 수 있다.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등 다양한 요인으로 발생하는데, 뇌로 가는 혈류가 차단되거나 감소하는 허혈성 뇌졸중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특히 뇌의 피질 아래 심부 구조에서 발생하는 피질하 뇌졸중은 전체 허혈성 뇌졸중의 약 30%를 차지하며 예후가 좋지 않다.

기존의 뇌졸중 신경 재활 치료는 강한 자기장이나 전류를 이용해 신경세포를 직접 자극하는 방식을 사용해왔다. 그러나 이런 방법은 치료 대상이 되는 세포만 선택적으로 자극하기 어렵고, 작용 기전도 명확하지 않아 결과 예측이 어려운 데다 치료 효과도 개인차가 크다는 한계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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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팀은 신경세포를 직접 자극하는 것이 아닌, 별세포의 칼슘 신호를 조절하는 새로운 접근을 시도했다. 별세포는 별 모양으로 생긴 뇌세포의 일종으로 뇌에서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는 비신경 세포다. 별세포의 칼슘 신호가 증가하면, 신경세포 활성 조절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ATP와 D-세린 등의 신경전달 조절 인자가 분비된다. ATP는 신경세포의 흥분성을 높이고, D-세린은 NMDA 수용체를 활성화해 시냅스 가소성을 증진시킨다. 시냅스 가소성은 신경의 연결이 강화·재구성되는 능력으로, 뇌졸중으로 손상된 신경 회로 회복에 필수적이다. 즉 별세포의 칼슘 신호를 늘리면 신경의 연결이 활성화돼 손상된 신경 회로를 회복하는 능력이 강화되는 것이다. 또 별세포는 신경 회로의 균형을 유지하는데 필수적인 글루타메이트를 조절해 과도한 신경 흥분을 방지하고 안정적인 신경 활동을 돕는다.

연구진은 이런 효과를 확인하기 위해 지난 2015년 IBS와 카이스트가 공동개발한 광유전학 도구 ‘옵토스팀원(OptoSTIM1)’을 사용했다. 이 기술은 특정 파장의 빛을 이용해 칼슘 이온을 선택적으로 조절하는 시스템이다. 기존에 널리 사용되던 채널로돕신-2(ChR-2)와 달리 세포막의 채널을 통해 칼슘 이온만을 선택적으로 유입시키며,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칼슘 신호 조절이 가능하다.

특히 연구진은 운동 기능 회복과 관련이 깊은 감각-두정피질 영역의 별세포에 주목했다. 이 영역은 운동 기능에 밀접하게 관여하기 때문에 뇌졸중 후 손상된 신경 기능을 보완하는 데 핵심적인 부위다. 연구진은 만성 피질하 뇌졸중을 유발해 운동 기능이 떨어진 생쥐의 감각-두정피질 별세포에 옵토스팀원을 발현시키고, 머리에 삽입된 광섬유를 통해 빛을 조사에 칼슘 신호를 활성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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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 결과, 옵토스팀원으로 치료한 생쥐 그룹은 앞발을 사용하는 정교한 운동 기능이 향상됐을 뿐만 아니라 운동 능력이 전반적으로 향상된 것을 확인했다. 아울러 하루 1시간씩 2주간의 저강도 빛 자극만으로도 운동 능력이 회복됐는데, 이는 별세포의 칼슘 신호 조절이 뇌졸중 후 운동 기능 회복에 효과적인 치료법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이창준 IBS 단장은 "별세포를 표적해 보다 정밀하고 안전한 뇌졸중 치료 전략을 제시했다"며 "향후 뇌졸중뿐만 아니라 알츠하이머 등 다양한 신경계 질환 치료에도 응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구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