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성 미분양 80%가 ‘지방 쏠림’… 청약·대출규제 강화땐 위험 커져

전국 악성 미분양 10년새 최대
지방건설사 폐업도 급증 ‘위기’

지난해 악성미분양으로 분류되는 준공 후 미분양의 80%가 지방에 집중된 가운데 올해에도 지방 부동산 침체가 계속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올해 무순위 청약과 대출규제가 강화되면 수요가 탄탄한 수도권보다 지방에서 더 큰 타격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올해 이미 문 닫는 지방 건설사가 속출하는 만큼 상황이 악화되기 전 미분양이 빠르게 늘고 있는 대구·경북 등을 중심으로 점검과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13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준공 후 미분양은 2만1480가구로 2014년 1월(2만566가구) 이후 10년 11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 중 80.20%에 달하는 1만7229가구가 지방에 적체된 것으로 나타났다. 당분간 미분양 증가세는 계속될 전망이다. 주택산업연구원이 발표한 2월 미분양물량 전망지수는 전월 대비 10.7포인트 상승한 113.5로 지난해 1월(115.7) 이후 가장 높다. 이지현 주산연 부연구위원은 “금리 부담에 경기침체 우려, 불안한 정치 상황 등에 매수세가 위축됐다”며 “당분간 관망세가 이어지며 미분양이 늘어날 수 있다”고 했다.

올해 전국적으로 입주물량이 크게 감소하는 만큼 부동산 매수세가 회복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오는 7월 3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적용되면 비인기 지역 등에선 위축될 수 있다. 이에 여당은 지방의 DSR 규제를 한시적으로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발표했지만 금융권 등에 따르면 규제 완화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이르면 5월 ‘줍줍’이라 불리는 무순위 청약의 신청 자격이 강화된다. 그동안 무순위 청약은 성인이라면 누구나 신청 가능했지만 앞으로 무주택자로 자격이 한정되는 만큼 실수요가 많지 않은 지역에선 수요가 이전보다 줄어들며 미분양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방 부동산 경기 침체에 건설사 폐업도 계속되고 있는 만큼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국토부에 따르면 지난달 말 폐업 신고한 종합건설업체 58건 중 절반(29건)이 지방으로 집계됐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국토부가 실시한 지방 부동산 세제 혜택의 온기가 아직 나타나지 않았는데 자칫 청약·대출 규제로 미분양이 더 늘 수 있다”며 “미분양 적체가 심한 지역을 중심으로 모니터링하며 대책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승주 기자 joo47@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