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얀트리 해운대 부산 리조트 공사장 화재…“화마가 출입구 막아 사상자 커진 듯”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14일 오전 화재가 난 부산 기장군의 고급 리조트 로비동이 불에 타고 있다. 이승륜 기자

호텔 B동 1층 인테리어 공사 중 불… 작업자 6명 사망, 27명 부상
가연물에 출입구 막혀 대피 어려움… 피해 키운 듯
소방 당국, 발화 후 8시간 만에 완진
경찰·소방, 합동 감식 통해 화재 원인 조사 착수

부산=이승륜 기자



올해 5월 개장을 앞둔 부산 기장군의 고급 리조트 공사 현장에서 불이 나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화마가 출입구를 막아 작업자들이 대피하는 데 어려움을 겪으면서 피해가 커진 것으로 알려졌다.

14일 부산소방재난본부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51분쯤 부산 기장군 오시리아 관광단지 오랑대공원 인근 ‘반얀트리 해운대 부산’ 공사 현장에서 화재가 발생해 작업자 6명이 숨지고, 27명이 연기 흡입 등으로 경상을 입었다. 병원 이송자가 9명, 귀가자가 18명이며, 이 중에는 소방관 1명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화재는 호텔 B동 1층에서 인테리어 공사 중 발생했으며, 화재 현장에서 사망자가 발견됐다. 가연물로 인해 출입구가 막히면서 피해자들이 불길을 피하려다 대피가 어려웠던 것으로 추정된다. 소방대원들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는 다수의 작업자가 의식을 잃은 채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14일 불이 난 부산 기장군의 리조트 주변에서 소방 당국이 사고 수습 본부를 차리고 상황을 정리하고 있다. 바로 정면에 불에 탄 리조트 로비동이 보인다. 이승륜 기자

불은 호텔 B동 1층을 태운 뒤 바로 옆 로비동 전체와 C동 일부까지 확산됐다. 소방 당국은 화재가 공사 현장 내 3개 건물 중 한 건물의 1층 내부 수영장 인근에 적재된 단열재에서 시작된 것으로 보고 있다. 박흥모 부산 기장소방서 구조구급과장은 이날 오후 현장 브리핑에서 “도착 당시 검은 연기가 건물 내부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며 “사망자는 화재 발생 장소에서 발견됐고, 출입구에 가연물이 많아 대피가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소방 당국은 오전 11시 10분쯤 ‘대응 1단계’를 발령하고 헬기를 투입하는 등 진화 작업을 시작했으며, 낮 12시께 대응 단계를 2단계로 상향했다. 대응 1단계는 관할 소방서의 모든 인력이 출동하는 경보령이며, 대응 2단계는 8∼14개 소방서에서 51∼80대의 장비를 동원하는 단계다. 소방 당국은
이날 오후 1시 34분 초기 진화를 마친 데 이어 오후 6시 53분 완전 진화했다고 설명했다.

당시 현장에는 수백 명이 공사에 참여하고 있었으며, 사상자들은 건물 내부에서 작업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화재 직후 100여 명이 자력 대피했으며, 소방이 구조한 42명 중 15명은 헬기를 이용했다. 화재 진압과 수색 작업에는 소방차 149대와 소방관 466명이 투입됐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14일 불이 난 부산 기장군의 리조트 옥상에서 소방 헬기가 구조 작업을 벌이고 있다. 이승륜 기자

불이 난 건물에 있던 한 작업자는 “천장에서 불똥이 떨어져 작업자들이 소화기로 진화하려 했으나 불이 쉽게 꺼지지 않았다. 검은 연기도 심하게 났다”고 당시 긴박했던 상황을 전했다. 또 다른 건물에 있던 작업자는 “경보기가 울려 처음에는 소방 점검인 줄 알고 내려왔다”며 “1층에 도착하니 연기가 자욱했고, 유리창 깨지는 소리가 ‘퍽퍽’ 들리면서 불길이 빠르게 번지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부산경찰청은 이번 화재 원인을 조사하기 위해 형사기동대장을 팀장으로 하는 전담팀 30명을 구성해 과학수사대와 함께 수사를 진행할 방침이다. 오는 16일 오전 10시 30분에는 부산경찰청 과학수사대 화재감식팀, 소방,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국립재난안전원 등이 참여하는 합동 감식을 진행할 예정이다. 소방 관계자는 “아직 화재 원인이나 사망자의 사인을 단정할 수 없다”며 “정확한 결과는 사고 수습 이후 조사가 마무리돼야 알 수 있다. 화재 당시 스프링쿨러나 경보기가 제대로 작동했는지 여부도 조사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한편, ‘반얀트리 해운대 부산’은 2022년 4월 부산 기장군 오시리아 관광단지 내 4만1280㎡ 부지에 착공했다. 시공사는 삼정기업과 삼정이앤씨이며, 올해 5월 개장을 목표로 지하 3층~지상 12층, 3개 동, 195개 객실 규모의 5성급 이상 최고급 리조트를 조성할 예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