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환경기준 문제삼을 수도” vs “미국車 무관세라서 괜찮아”

전문가 ‘국내 영향’ 전망 이견

국내 전문가들은 우리나라도 비관세 장벽을 빌미로 한 상호관세 부과 대상에 오를 가능성이 크다고 보지만, 주요쟁점으로 떠오르는 자동차 산업과 미국에는 없는 부가가치세 제도 등 세부 현안에 대해서는 엇갈리는 견해를 나타냈다.

전문가들은 특히 미국이 한국의 무역 흑자 폭이 큰 자동차 산업 부문을 걸고넘어질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 조철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14일 통화에서 “미국이 상호주의라는 단어를 광범위하게 해석해 무역수지 불균형 문제에도 상호관세를 매길 수 있다”며 “특히 대미 무역수지 흑자가 큰 분야가 자동차인 만큼 이를 핑계로 우리나라를 압박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국내의 복잡한 자동차 인증·검사 절차와 엄격한 환경·안전 기준을 문제 삼아 미국산 자동차 수입 확대를 요구하며 보복 관세의 빌미로 삼을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조 위원은 이에 대해 “우리나라의 경우 미국산 수입차에 무관세 정책을 시행 중이지만 미국은 한국산 상용차(픽업트럭)에 대해서는 25% 관세를 물리고 있다”면서 “국내 관련 규제가 비관세 장벽으로 여겨질 정도는 아니다”고 말했다.

부가가치세 항목도 주목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부가가치세를 포함해 무역 상대국이 미국 기업, 근로자 및 소비자에게 부과하는 불공정하고 차별적 세금이나 역외 부과 세금도 상호관세 책정의 검토 요소”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태규 한국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우리나라는 선진국 중에 부가가치세가 낮은 편이라 그 부분을 문제 삼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통상 전문가들은 미국이 중점적으로 들여다볼 한국 규제와 관련해서는 우리 정부와 국회에서 추진해온 온라인 플랫폼 기업 독과점 규제를 꼽았다. 미국상공회의소를 비롯한 미국 재계가 중국 기업은 건드리지 않으면서 미국 기업에만 부담을 줄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플랫폼 규제 도입은 제동이 걸린 상황이다. 또 외국 콘텐츠 제공업체가 한국 인터넷 서비스 제공업체(ISP)에 망 사용료를 내도록 하는 법안이 발의된 것도 미국 재계가 반발해온 현안 중 하나다. 현재 유튜브, 넷플릭스 등은 네이버·카카오 등과 달리 국내 통신 사업자에 망 사용료를 내지 않고 있거나 낮은 단가로 지급하고 있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미국의 무역 적자 폭이 큰 만큼 한 부문의 불만을 불공정하다고 판단하는 다른 품목이나 서비스 분야에 관세를 부과하는 방향으로 진행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장병철·최지영·김호준·이예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