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기후 → 어획감소 → 무리한 조업… ‘연쇄참사’ 불렀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제주해상 수색작업 한창 13일 해경이 제주 서귀포 해상에서 전복된 갈치잡이배 ‘재성호’ 실종자를 찾기 위한 수색 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올겨울 잇단 어선사고… 왜?

남해안에 겨울철 특이기상 반복
수온 변화에 전통어종도 안 잡혀
불법 선박개조 ‘안전 불감’ 만연
외국인 선원 증가로 소통문제도

인천=지건태 기자 jus216@munhwa.com, 무안=김대우·군산=박팔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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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들어서만 7건의 어선 사고가 발생해 13명이 사망하고 16명이 실종된 가운데 이상기후가 연쇄 어선 사고의 주된 원인으로 분석되는 것은 앞으로 이 같은 사고가 계속 반복될 수 있다는 의미여서 주목된다. 이를 막기 위해 해양경찰청과 각 지방자치단체들이 관심과 단속을 강화해야 하는 것은 물론, 어민들 스스로 경각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4일 해경 등에 따르면 지난 12일 제주 서귀포 해상에서 전복된 갈치잡이 배 ‘재성호’(32t)는 기습적인 기상 악화로 사고가 났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사고 해역에는 풍랑주의보가 내려졌다. 바람의 방향이 남풍에서 북서풍으로 급격히 변화하고 초속 24∼28m의 강풍과 함께 3∼3.5m의 높은 파도가 일며 30t급인 배가 순식간에 뒤집혔을 것으로 추정된다. 같은 날 100t급 해경 경비함정도 제주 남쪽 해안에서 강한 북서계절풍으로 인한 파도에 좌초됐다.

해경 측은 “최근 바다의 수온 변화 등으로 전통적으로 많이 잡혔던 갈치 등 일부 생선들이 흉어 현상을 보이고 있고, 이로 인해 폭우, 돌풍, 풍랑 등이 들이닥친 상황에서도 조업을 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겨울철 시시각각 변화하는 기상 환경과 아울러, 어업계에 만연한 안전 불감증으로 무리한 조업이 계속된다면 참사 반복을 막을 수 없다고 경고했다. 기후변화로 근해에서 잡히는 어종의 개체 수가 줄면서 먼바다 조업을 위해 어선을 불법 증·개축하는 사례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선원 고령화와 외국인 선원 증가에 따른 미흡한 위기대처 능력도 잦은 어선 사고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해양수산부 어촌계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23년 기준 국내에서 활동 중인 어업인(어촌계원) 9만8934명 가운데 70세 이상은 4만1029명으로 41.5%를 차지한다. 반면 49세 이하 어업인은 8534명으로 8.6%에 그쳤다. 어업인 고령화는 갈수록 가속화하는 추세다. 2022년 전체 어업인(9만9185명) 중 49세 이하 비율이 9.3%(9253명), 70세 이상이 40.1%(3만9807명)였던 것과 비교하면 젊은 어업인은 더 감소하고 고령 어업인은 증가했다.

이 같은 선원 고령화는 외국인 선원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법무부 통계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선원 취업 비자(E-10)를 발급받아 20t 이상 근해어업 어선에 고용된 외국인 선원은 2022년 1만8158명에서 2023년 1만9738명, 지난해 2만275명으로 매년 증가 추세다. 태향훈(50) 전북 군산 신시도 어촌계장은 “요즘은 국적별로 외국인 선원들을 고용하다 보니 자기들끼리만 의사소통하는 것 같아 안전사고에 대한 우려와 함께 괜한 단체 활동을 하지 않을까 하는 경계심도 생겼다”고 말했다. 한편, 해경은 이날 이상기후로 인한 강한 계절풍과 겨울철 변덕스러운 날씨 탓에 선박사고의 위험이 크다고 보고 내달 15일까지 24시간 비상출동태세를 유지하는 ‘해양안전 특별경계령’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