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 투자” 결단력 - “한계 극복” 열정… 미래 여는 ‘AI 어벤저스’[Leadersh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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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eadership

샘 올트먼 몰입
챗GPT 개발해 기업가치 3000억달러로 키워

제프 딘 연대
“혼자선 아무것도 못한다”… 제미나이·바드 통합

얀 르쿤 통찰
저커버그에 AI 개발 권하며 신사업 이끌어내

량원펑 원칙
경력자보다 사회초년생의 열정·창의성 중요시

다리오 애머데이 윤리
유익·비폭력 등 10개 원칙 바탕 클로드 개발

전 세계 인공지능(AI) 열풍을 주도하는 이들이 있다. 우리에겐 컴퓨터 프로그래머로 더 익숙한 AI 개발자들이다. 이들은 인터넷·모바일 혁명을 넘어 AI 혁명을 주도하며 인류의 삶을 또 다른 궤도로 올려놨다. 인간과 로봇의 공존에 이어 로봇이 주도하는 세상이 이들의 손에 달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 세계 정치와 경제를 주무르며 새로운 권력으로 떠오른 이들의 면면을 살펴봤다.

◇투자·육성 올인하며 오픈AI 이끄는 ‘샘 올트먼’= 전 세계에 AI 열풍을 불러온 샘 올트먼 오픈AI CEO는 2015년 테슬라를 만든 일론 머스크 CEO 등과 함께 ‘인류를 이롭게 하는 발전적인 AI를 구축한다’는 목표하에 오픈AI를 세웠다. 이후 2022년 11월 말 내놓은 생성형 AI인 챗GPT(GPT-3.5 접목)로 일약 전 세계 스타로 떠올랐다. 직접 검색하지 않고 텍스트를 통해 물어보면 대답을 해주는 이 챗봇에 전 세계는 열광했다. 사용자는 급증했고 오픈AI의 기업가치는 3000억 달러(약 433조1400억 원)로 세계적인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1553억 달러)보다 높아졌다. 올트먼 CEO는 텍스트를 넘어 이미지, 음성, 영상으로 사용 가능한 모델로 업그레이드하며 AI 주도권을 이어가고 있다. AI가 미래 경쟁력으로 평가되면서 올트먼 CEO는 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이 있는 기업인으로 떠올랐다. 가속화하는 AI 시대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뒤섞인 가운데 올트먼 CEO는 AI를 규제보다 투자·육성해야 한다는 개발론자로 꼽힌다. 비영리법인 형태인 오픈AI의 영리화에도 시동을 걸고 있다. 머스크 CEO와 갈라서게 된 계기였다. 올트먼 CEO는 10년 내 인간과 맞먹는 AI가 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리고 “우리 목표는 범용인공지능(AGI)이 인류 전체에 혜택을 주도록 하는 것”이라며 이 과정을 ‘낙관’한다고 밝혔다. 그는 “AGI 시대가 와도 인간의 능동성과 의지, 결단력은 여전히 중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협업의 중요성 강조하는 구글의 ‘제프 딘’= 제프 딘 구글 AI 수석과학자는 구글의 AI 개발을 진두지휘하는 인물로 구글 소프트웨어 개발의 산증인이다. AI업계에서도 전설로 꼽힌다. 1999년 구글에 합류한 그는 이후 나온 구글의 모든 소프트웨어에 관여했다. 구글 검색, 구글 번역, 구글 광고의 초창기 버전이 모두 그의 손을 거쳤다. 2016년에는 프로 바둑기사도 위협하는 AI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를 내놔 충격을 줬다. 다만 생성형 AI 개발에선 오픈AI보다 늦었다. 구글은 오픈AI가 등장하기 전까지 업계 AI 강자였지만 챗GPT 출시 넉 달 후인 2023년 3월에야 생성형 AI ‘바드’를 내놨다. 챗GPT의 인기에 놀라 사내에 코드 레드(매우 심각한 위기 경고)를 발령하고 급하게 공개한 서비스였다. 딘 수석과학자는 그해 12월 새로운 대형언어모델(LLM) ‘제미나이’를 발표하고 바드와 통합했다. 현재 제미나이는 ‘울트라’ ‘프로’ ‘나노’ 세 가지 모델로 챗GPT와 경쟁하고 있다. 성능은 챗GPT와 우열을 가릴 수 없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한발 늦은 출시가 AI 주도권 탈환에 허들로 작용하고 있다. 이에 딘 수석과학자의 관심은 오픈AI가 출시할 챗GPT-5보다 먼저 새 모델을 내놓는 것에 집중돼 있다. 그는 엔지니어 혼자선 유용한 AI를 만들지 못한다며 협업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또 AI의 발전으로 인간의 삶이 송두리째 변할 것이란 일각의 견해와는 달리 “AI는 사람들의 가능성을 최대한 이끌어 내는 하나의 도구일 뿐이다. 인간과 AI의 관계는 파트너십”이라며 과도한 우려를 경계한다.

◇AI 선구안 가진 메타의 ‘얀 르쿤’= AI 분야 4대 천왕 중 한 명으로 불리는 얀 르쿤 메타 부사장은 메타의 마크 저커버그 CEO에게 AI의 중요성을 일깨운 인물로 알려져 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르쿤 부사장은 2022년 말 챗GPT가 출시된 직후 캘리포니아주에 있는 메타 본사로 돌아가 점심 식사를 위해 줄을 서 있는 저커버그 CEO에게 AI 개발 필요성을 강조했다. 당시 메타는 메타버스(3차원 가상세계)에 올인하고 있어 AI 개발에는 관심이 없던 때였다. 르쿤 부사장은 자신의 말에 갸우뚱하는 저커버그 CEO를 향해 “그렇지 않으면(AI 개발에 나서지 않으면)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은 사라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당시 저커버그 CEO는 언짢은 기색을 보였지만 그날 오후 “당신이 옳다고 생각한다”며 AI 개발을 전격 결정했다. 이후 메타는 2023년 7월 LLM인 ‘라마2’를 오픈 소스로 제공하고 두 달 후인 9월 인스타그램 등 자사 SNS에서 구동하는 AI 챗봇 ‘메타 AI’를 출시했다. 메타가 하마터면 놓칠 뻔한 AI 경쟁력을 르쿤 부사장이 살려준 것이다. 라마 개발에 일조한 르쿤 부사장은 지난 1월 열린 세계경제포럼(다보스포럼)에서 LLM을 통한 AI 발전은 한계가 있을 것이라며 “앞으로 5년 안에 또 다른 AI 혁명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의 AI 시스템이 언어 처리 능력은 뛰어나지만 현실 세계를 이해하고 상호작용하는 능력은 부족하다”며 향후 AI 개발은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새로운 기술적 돌파구 마련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창의성·열정 중시하는 딥시크의 ‘량원펑’(梁文鋒) = 오픈AI가 투자한 자금의 18분의 1 비용(557만6000달러)으로 오픈AI의 최신 모델 GPT-4o와 비슷한 역량의 AI 모델(R1)을 내놓은 량원펑 딥시크 CEO는 초등학교부터 대학까지 모두 중국에서 나온 중국 토종 인재다. 1985년 광둥(廣東)성 잔장(湛江)시에서 태어난 그는 2002년 우촨(吳川) 제1중학 대입고사에서 수석을 차지해 공학 명문대인 저장(浙江)대 전자정보공학과에 입학했다. 중학교 때부터 대학 수학을 독학할 정도로 수학을 좋아했는데, 이 같은 성향은 자연스럽게 금융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져 2013년 대학 동문과 함께 항저우(杭州)에 ‘야코비투자관리유한회사’를 설립했다. 2015년에는 AI 기반 헤지펀드인 ‘하이플라이어’도 만들었다. 이 회사는 양적 거래를 위해 AI를 활용했는데 이것이 2023년 딥시크 창립으로 이어졌다. 딥시크는 그해 11월 첫 AI 모델인 ‘코더’를 내놨다. 이후 매스, VL, V2, 코더2, V3 등 후속 모델을 출시하며 지난달 현존 최고 기술 수준인 R1까지 출시했다. 비용도 비용이지만 오픈AI의 6분의 1 수준인 180여 명의 조직으로 만든 쾌거라는 점에서 업계에 기존 개발 방식에 대한 의구심을 불러왔다. 량 CEO가 ‘오픈소스’ 방식으로 모델을 발전시켜 왔다는 점에서 폐쇄적이었던 AI 기업들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최근 량 CEO는 연구 인력을 채용하며 154만 위안(3억600만 원)에 달하는 연봉을 제시해 화제가 됐다. 량 CEO는 대졸 신입이거나 AI 업계에 들어온 지 얼마 안 된 초년생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과거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단기 목표를 추구한다면 경험 있는 사람을 고용하는 게 옳겠지만, 장기적으로는 경험이 그렇게 필요하지 않고 기본적인 기술과 창의성, 열정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윤리·안전 강조하는 앤스로픽의 ‘다리오 애머데이’= 오픈AI의 ‘유럽 대항마’로 꼽히는 앤스로픽의 다리오 애머데이 창립자 겸 CEO는 오픈AI 출신이다. 올트먼 CEO와 함께 오픈AI를 설립한 애머데이 CEO는 여동생인 대니엘라와 함께 오픈AI 연구원으로 근무했다. 하지만 비영리법인인 오픈AI가 영리화 움직임이 보이자 남매는 지난 2021년 오픈AI를 박차고 나와 앤스로픽을 설립했다. 그런 만큼 애머데이 CEO는 AI의 윤리적 사용을 강조한다. 앤스로픽의 AI 모델인 ‘클로드’는 이로 인해 ‘헌법 AI(Constitutional AI)’로 명명된 기술이 적용됐다. 헌법 AI는 ‘유익함’ ‘비폭력’ ‘자율성’ 등 10가지 원칙에 바탕을 두고 있다. AI 회사지만 개발보다 윤리성을 강조하는 면모에 그는 지난해 5월 조 바이든 전 미국 대통령이 AI 기술에 대한 보안·안전 문제를 논의할 때 백악관에 초청되기도 했다. 클로드는 그만큼 안전성이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기술력도 오픈AI를 능가한다. 지난해 6월 내놓은 ‘클로드 3.5 소네트’는 멀티모달(복합정보처리) 과제 수행에서 차트 이해도와 문서 이해도 부문으로 각각 90.80%, 95.20%의 점수를 받았다. GPT-4o를 넘어선 것이다. 기업가치도 600억 달러까지 불어났다. 애머데이 CEO가 이끄는 앤스로픽은 구글의 클라우드 시스템과 차세대 AI 칩 등을 사용하면서 ‘오픈AI·마이크로소프트(MS)’ 동맹의 확대를 저지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황혜진 기자 best@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