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훈 “잘사는 나라에서 훌륭한 나라로..음악으로 가능하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17일 부산콘서트홀에서 브람스의 간주곡을 연주하는 정명훈 예술감독. 연합뉴스

6월 개관 클래식 전용 부산콘서트홀 공개
대형 파이프오르간·최고 수준 음향 주목
정 예술감독 "부산, 亞 음악의 별 될 것"


"말보다 음악을 들려드리는 게 더 쉬울 것 같아요. 피아노부터 치고 시작할게요."

오는 6월 개관하는 부산콘서트홀의 내부가 언론에 처음 공개된 지난 17일, 세계적인 지휘자 정명훈은 이날 모인 수십 명의 취재진 앞에서 브람스 간주곡(작품번호 117번)을 ‘깜짝’ 연주했다. 그러더니 "소리가 아주 좋고, 연주하기에 편하다. 단점을 찾을 수 없다"며 콘서트홀의 음향 수준을 높이 평가했다. 부산 최초 클래식 전용 공연장인 부산콘서트홀의 초대 예술감독으로서의 자부심이 묻어난다. 여기에, 수십 년 해외 유수의 오케스트라들을 이끌어 온 거장으로서의 여유까지.

정 감독은 부산에서 태어나 여덟 살에 미국으로 떠나 공부했다. 서울시향 지휘자로 활동한 9년을 제외하고는 프랑스, 이탈리아 등 60년 넘게 줄곧 세계무대에서 활동했다. 그의 말대로 한국어보다 프랑스어와 이탈리아어가 더 편한 사람. 그러나 모국에 대한 애정과 책임감은 세월과 함께 짙어졌다. 콘서트홀 개관 페스티벌을 소개하는 이날 간담회에서 그는 "내가 외국으로 떠날 때와 달리 한국은 이제 전 세계가 인정하는 ‘잘 사는 나라’다. 그러나 ‘훌륭한 나라’는 돈만으로 이룰 수 없다"면서 "문화와 예술이 발달해야 하는데, 깊고 오랜 뿌리를 가진 클래식 음악이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부산을 아시아에서 아주 특별한 ‘음악적 별’이 되게 하는 게 제 꿈입니다. 부산은 세계인의 음악적 만남의 장소가 될 수 있어요. 일평생 경험하고 공부해 온 것들을 거기에 쏟으려 합니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17일 부산콘서트홀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질문에 답변하고 있는 정명훈 클래식부산 예술감독. 클래식부산 제공

부산 진구 시민공원 안에 자리 잡은 부산콘서트홀은 착공 당시부터 국내외 클래식 애호가와 연주자, 음악 관계자로부터 큰 관심을 모았다. 국내 제2 도시라는 수식어가 무색할 정도로 제대로 된 클래식 공연장이 없어 해외 유명 오케스트라들이 공연을 꺼렸던 도시가 바로 부산이라서다. 부산콘서트홀 개관과 함께 2027년 부산 오페라하우스까지 완공되면, 부산 시민들의 문화 향유가 증대되고, 국내 클래식 시장 저변이 대폭 확대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17일 언론에 처음으로 공개된 부산콘서트홀 메인 공연장 전경. 클래식부산 제공

콘서트홀은 지하 1층과 지상 3층으로 이뤄졌다. 2010석 규모의 메인 공연장에, 400석짜리 소공연장도 있다. 메인 공연장에 들어서면 중앙 벽면을 가득 채운 대형 오르간(4406개 파이프)에 압도된다. 이어, 빈야드(포도밭) 형태로 곡선이 유려한 객석 디자인에 시선을 뺏긴다. 콘서트홀 운영을 맡은 클래식부산(대표 박민정)에 따르면, 파이프오르간은 비수도권 공연장에서는 최초 설치된 것으로, 독일 프라이부르거사가 제작했다. 또한, 처음 설계에는 오르간이 없었으나 박형준 부산광역시장이 취임 후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쳐 계획을 변경해 설치했다고 한다. 정 감독은 "파이프오르간은 매 공연 쓰이는 것은 아니어서 필요 없다고 여겨지기도 하지만, 내 경험상 파이프오르간이 있을 때 공연장 전체 음향도 더 좋아졌다"고 부연했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박형준(왼쪽부터) 부산광역시장과 정명훈 클래식부산 예술감독, 박민정 클래식부산 대표. 클래식부산 제공

6월 20일 부산콘서트홀 개관 기념 첫 무대는 아시아 각국 연주자들로 구성된 아시아필하모닉 오케스트라(APO)의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이다. 정 감독이 직접 피아노 연주와 지휘로 참여하는데, 그는 이 곡에 "세계인이 형제가 되어야 한다는 뜻이 담겨 있다"면서 "음악을 통해 그것이 가능하다는 의미에서 선택했다"고 밝혔다. 이어, 22일에는 조성진이 리사이틀(독주회)로 개관을 축하하고, 23일엔 APO와 피아니스트 선우예권의 실내악 공연이 펼쳐진다.

부산=박동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