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 어긴 전 교육감, 부산 교육정책 고문됐다…시민·정치권 분노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하윤수 전 부산시교육감 페이스북 페이지.

대법원 판결로 직 상실한 하윤수, 부산시 교육정책 고문 위촉 논란
시민사회·정치권 “법원 판결 무시한 처사…즉각 철회해야” 강력 반발
부산시 “무보수 자문직이라 문제없어” 해명…비판 여론 더 거세져
교육감 재선거 예비후보들 “불법 선거범이 교육정책 자문? 시민 우롱”
철회 요구 거세지는 가운데, 박형준 부산시장 ‘침묵’…여론 악화

부산=이승륜 기자



부산시가 선거법 위반으로 교육감직을 상실한 하윤수 전 부산시교육감을 교육정책 고문으로 위촉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시민사회와 정치권은 “법원의 판결문 잉크도 마르지 않은 상태에서 시민을 우롱하는 처사”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특히 이 같은 조치로 교육감 재선거에 나선 예비후보들이 대거 반발하면서 향후 선거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18일 부산 정치권과 교육계에 따르면 부산시가 하 전 교육감을 지난 14일 교육정책 고문으로 위촉하자 지역 사회와 정치권에서는 강한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시민들은 “대법원의 판결을 무시하는 처사”라며 반발하고 있으며, 더불어민주당 부산시당은 성명을 통해 “이번 결정이 오는 4월 2일 교육감 재선거 및 2026년 박형준 부산시장 3선 도전을 위한 사전포석이라는 의혹을 피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앞서 하 전 교육감은 지난해 12월 12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대법원에서 벌금 700만 원을 선고받아 당선 무효형이 확정됐다. 이에 따라 교육감직을 상실했으며, 공직선거법에 따라 향후 5년간 선거 출마는 물론 공공기관 취임이 불가능한 상태다.

하 전 교육감 위촉과 관련해 시 담당 부서인 청년산업국 측은 시와 교육청 간 행정 연계를 강화하기 위한 조치라고 해명했다. 청년산업국 핵심 관계자는 “하 전 교육감 측에서 먼저 자신이 부산시에서 역할을 하겠다고 요청해 와 관련 자문위 절차를 거쳐 선임한 것”이라며 “무보수 자문직이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를 두고 비판의 목소리는 더욱 커지고 있다. 특히 하 전 교육감에게 위촉장을 직접 수여한 박형준 부산시장이 이 같은 논란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음에도 반발 여론을 고려하지 않은 것은 부적절한 행보라는 지적이 나온다. 시 정무라인 관계자는 “담당 부서의 보고가 있어서 단순히 고문을 선임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다”며 “비판 여론을 미처 검토하지 못한 것은 맞다”고 인정했다.

부산참여연대는 이번 위촉을 두고 시가 시민을 무시하고 사법 질서를 외면한 결정이라고 비판하며 철회를 촉구했다. 연대는 성명을 통해 “박 시장은 백년대계인 교육 정책을 왜 범죄자의 자문을 받아야 하는지 설명해야 한다”며 “하 전 교육감은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교육감직을 박탈당했고, 5년간 공공기관 취임이 불가능한 상태임에도 시는 그를 공식적으로 위촉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하 전 교육감의 위촉은 단순한 자문 역할이 아니라 시가 법원의 판결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의미로도 해석될 수 있다”며 “이는 법질서를 교란하고, 시민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교육감 재선거에 출마한 진보 성향 후보들도 이번 사안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며 공세를 펼쳤다. 차정인 예비후보는 성명을 통해 “박 시장의 하 전 교육감 고문 임명은 내란 동조 국민의힘 DNA의 표출”이라며 “불법 선거를 저지른 인물을 교육정책 자문 역할에 기용하는 것은 시민을 우롱하고 법 정신을 무시하는 대단히 부적절한 행위”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김석준 예비후보 측도 “불법 선거를 저질러 부산 교육을 대혼란에 빠뜨린 인물이 시의 교육정책 고문으로 위촉됐다는 소식에 시민들의 분노가 치솟고 있다”며 “하 전 교육감은 불법 행위로 인해 교육감직을 박탈당하고 시교육청에 막대한 행정적·재정적 피해를 끼쳤음에도 반성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김 후보 측은 “하 전 교육감이 국가로부터 보전받은 14억 원의 선거 비용을 전액 반납해야 하는 당사자임에도, 지금까지 얼마를 반납했으며 체납 해소를 위해 어떠한 노력을 했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며 “교육 정책을 논하기에 앞서 최소한의 도덕성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시는 공식적인 철회 입장을 밝히지 않았지만, 여론의 압박이 더욱 거세질 경우 위촉을 철회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지역의 한 시민은 “이번 논란이 교육감 재선거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지 않겠냐”며 “무엇보다도 법원이 불법을 인정한 이를 시가 주요 정책 고문으로 임명한 것은 시민을 우롱한 처사로 이해할 수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