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마약 투약 없이 판매·수수만 했다면 재활프로그램 이수 명령 내릴 수 없어”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대법원 전경. 대법원 홈페이지

마약류를 투약하지 않은 마약판매·수수자에게는 관련 범죄로 유죄를 선고하더라도 약물중독 재활프로그램 이수를 명령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마약류관리법상 재범 예방을 위해 교육수강이나 재활교육프로그램 이수 명령을 함께 부과하도록 한 마약류 사범은 ‘마약류를 투약·흡연·섭취한 사람’으로 규정돼 매매·수수한 사람은 해당하지 않는다는 취지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대법관 엄상필)는 마약류관리법 위반(향정) 혐의로 기소된 A 씨에게 징역 1년 2개월에 약물중독 재활교육프로그램 40시간 이수를 명령한 원심판결 중 재활교육 부분을 파기하고 나머지 부분은 상고 기각으로 확정했다. 대법원은 "마약류 사범의 의미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며 "피고인이 마약류 투약, 흡연 또는 섭취 행위로 기소되지 않은 이상 마약류관리법에 따른 이수 명령을 함께 부과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A 씨는 2023년 1월 부산 사하구에서 필로폰 약 0.14g을 현금 10만 원에 판매하고 다음 달에는 필로폰 약 5ｇ을 무상으로 받은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1·2심 법원은 A 씨에게 징역 1년 2개월을 선고하며 40시간의 약물중독 재활교육프로그램 이수를 함께 명령했다.

이현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