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투자자, 계엄후 한국 상황에 비관적이진 않아”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최중경 국제투자협력대사가 18일 서울 중구 한미협회에서 해외 투자자들의 움직임과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정책에 대한 대응책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백동현 기자

■ 최중경 국제투자협력대사

“韓 민주주의·법치주의 진전
‘톱레벨’ 왔다는 시각도 있어
노동규제 개선해야 투자유치”

“美, 징벌적 관세 부과 안할것
에너지 수입, 무역흑자 줄여야”

최중경(69) 국제투자협력대사는 최근 만난 외국 투자자들이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국 상황을 생각보다는 비관적으로 보지 않고 있었으며, 해외투자 유치를 위해서는 노동 규제 등을 시급히 개선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정책과 관련해 우리나라에 대해 ‘징벌적 관세’는 부과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에너지·첨단 무기 등의 수입을 늘려 무역흑자 규모를 줄이는 대신, 조선 등 우리에게 유리한 조건을 협상 카드로 발굴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최 대사는 18일 서울 중구 한미협회 사무실에서 문화일보와 만나 “우리나라를 불안하게 보는 투자자도 있지만, 한국의 민주주의와 법치주의가 진전돼 ‘톱 레벨’에 왔다는 시각도 있다”며 “현직 대통령이 나라가 평화로운 상태에서 구속되는 과정을 굉장히 경이로운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달 6일 국제투자협력대사에 임명된 최 대사는 외국 기업과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국 경제 상황을 알리는 특별사절 역할을 맡고 있다. 계엄 사태에 국무총리 탄핵이 겹치며 우리나라의 대외신인도 하락이 우려되던 시기였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기획재정부와 대통령실에서 대응해본 경험을 살려 ‘야전 사령관’으로 나섰다. 국내에 진출한 외국 기업과 주한 대사관 고위급을 만나 국내 상황을 설명하고, 최근 카타르와 아랍에미리트(UAE)를 방문해 투자 유치를 논의했다.

최 대사는 “그동안 만나본 해외 투자자들은 한국 상황에 대해 걱정보다는 관심을 갖고 바라보고 있다”며 “오히려 민주화나 법에 따른 지배가 더 완성됐다고 평가하기도 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난주 중동 국부펀드에 국내 신기술 벤처기업 지원 펀드를 제안했고 반응이 좋았다”며 “펀드 구성을 어떻게 할지 논의를 더 이어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최 대사는 해외 투자자들이 개선돼야 할 투자 여건으로 불안한 한국 정치 상황보다 오히려 과도한 노동 규제를 꼽았다고 전했다.

그는 “계절성이 있는 사업인데 주 52시간 근로제도 때문에 공장을 집중적으로 가동할 수 없고 중대재해처벌법을 피하려고 소위 ‘바지사장’을 내세우는 경우도 많은데 이건 잘못됐다는 지적”이라며 “우리나라를 18세기 영국처럼 생각하는 정치인이 너무 많다”고 질타했다. 이어 “다른 나라는 지원을 쏟아붓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반도체법에 주 52시간 예외 적용도 못 두고 있다”며 “주 52시간이라는 표준을 없애라는 게 아니라 근로시간이 52시간을 넘어서도 노사가 합의하면 정당한 보상을 주고 일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라고 제언했다.

트럼프 미 행정부의 관세 폭탄을 피하기 위한 방안도 제시했다. 그는 대미무역 흑자 규모를 줄이고, 무역협상에서 제시할 양국 공동이익 기반의 협상 카드를 발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대사는 “미국이 한국을 상대로 국가 차원의 징벌적 관세를 매기지는 않을 것이라고 확신한다”며 “우리 대미 무역수지 흑자 품목을 보면 자동차를 제외한 대부분은 미국에서 생산하지 않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무역수지 흑자를 줄이려는 가시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며 에너지와 첨단 무기 수입을 늘려 흑자 규모를 축소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그러면서 “조선 분야 협력 등 우리가 미국에 줄 카드가 있어 협상이 그렇게 난항을 겪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 대사는 이달 말 방미해 국내 배터리 기업들이 진출한 7개 주와 워싱턴DC를 찾아 경제외교에 나설 예정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 공약인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폐지’가 실현되면 2차전지 관련 기업의 타격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최 대사는 “IRA를 폐지해 공장이 떠나면 지역민이 일자리를 잃고 세입원을 잃어버리게 된다”며 “애리조나, 조지아 등 7개 주가 IRA 적용에 관해 공동입장을 취해 연방정부를 설득해 줄 것을 요청하고 한·미 산업 협력 청사진을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최 대사는 미국을 대표하는 싱크탱크인 헤리티지재단 세미나에서 양국의 미래 산업협력에 대해 기조연설을 한다.

김지현 기자 focus@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