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세전쟁發 물가 불안에… 美소비자 ‘Doom Spending’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 12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한 마트에서 시민들이 식료품 등을 카트에 담고 있다. 1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가 전년 동월 대비 3.0% 상승한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위협에 인플레이션을 우려한 미국 소비자들이 사재기에 나선 것으로 나타났다. EPA 연합뉴스

23% “카드소비 증가 파산 위험”
식료품·화장지 등 생필품 사재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 세계를 상대로 연일 관세 위협을 이어가자 물가 인상을 우려한 미국 소비자들이 패닉 소비(사재기)에 나서고 있다.

18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크레디트 카드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미국인 5명 중 1명이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에 대한 불안감에 평소보다 더 많은 품목을 구매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소비자들은 물가 상승을 대비해 식료품, 화장지, 의료품 등 생필품 사재기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예고가 제품 대량 구매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질문에 응답자의 22%가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고 응답했고, 30%는 일부 영향을 받았다고 답했다. 보고서는 관세 전쟁으로 소비재 가격 인상과 경제적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소비자들의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미국인 5명 중 1명이 이러한 소비를 파멸 소비(Doom Spending)로 규정하고 있으며, 미국 소비자의 23%가 올해 신용카드 사용 증가로 파산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파멸 소비는 경제적 불안정, 지정학적 긴장 등 미래에 대한 부정적인 전망으로 인해 저축 대신 여행이나 사치품 등에 충동적으로 소비하는 것을 의미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잇따른 관세 부과 조치에 대해 미국 산업계와 금융계에서는 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최근 물가가 다시 오름세를 보이는 데다 수입품에 관세가 붙으면 인플레이션을 더 자극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이 수요의 80%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알루미늄 가격이 상승하면서 미국 내 산업 전반의 원가 상승 흐름이 포착됐다. 보고서는 “원자재 수입 가격 상승이 결국 소비자에게 전가되고, 미국의 소재와 부품에 의존하는 산업 전반에 걸쳐 인플레이션 압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짚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관세가 인플레이션을 가속화하고,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하를 막아 경제 성장을 둔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종혜 기자 ljh3@munhwa.com